읽은知

조미아 지배 받지 않는 사람들

필85 2016. 6. 12. 14:48

그들은 종속되었으나 우리는 자유롭다

(조미아, 지배 받지 않는 사람들)

 

소수종족의 언어로 동떨어진 사람을 뜻하는 조미아(Zomia)’평지 문명의 과정에서 뒤쳐진 자들이 아니라, 그 긴 시간동안 국가의 손이 닿지 않는 곳을 선택해온 자들이라고 하면서 이들의 삶은 세계사의 한 부분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조미아는 베트남의 중부고원에서 시작하여 대륙 동남아시아 5개국. 중국의 일부를 가로지르며 인도 동북부까지 뻗어있는 해발 300미터 이상의 고지대를 일컫는다고 한다. 그들의 삶은 태평천국의 난(1851~1864)이나 먀오족의 반란(1854~1873)으로 시작되었지만 그 이후 그들은 스스로 선택해서 야만인이 되었다고 한다.

 

야만인의 삶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몽족 추장의 이야기이다.

그들은 황제를 가졌으나 우리는 모두 (개념상) 동등하다. 그들은 지배자에게 세금을 바치나 우리는 바치지 않는다. 그들은 문자와 책을 가졌으나 우리는 달아나면서 잃어버렸다. 그들은 평지의 중심지역에 몰려있으나 우리는 산에서 흩어져 자유롭게 살고 있다. 그들은 종속되었으나 우리는 자유롭다.”(370)

 

이 책을 통해 내가 가진 상식, ‘발전에 대하여 다시한번 의심하는 계기가 되었다. 수렵에서 초원유목, 정착농업, 관개농업, 산업적 농업으로의 발전과 숲에서, 마을로, 성읍으로, 도시로의 거주지 발전 등 우리가 이제까지 발전이라고 생각한 것은 어쩌면 지배자의 착취를 위한 수단에 불과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지배자에 대한 조미아의 응대방식도 특이하다. 조미아는 지나치게 욕심을 부리는 수장들을 암살하거나 축출하기도 하고 마을의 조직이 불어나서 불평등이 굳어지려고 할 때 더 작고 더 평등한 분파로 쪼개진다고 한다.

 

어떤 삶이 인간다운 삶이라고 꼭 꼬집어 말할 수는 없겠지만 낯선 거리를 지치도록 헤메거나 볕 안드는 사무실에서 어두워질 때까지 일을 하거나 밤이 깊어서야 어두운 골목길을 혼자 돌아와 돌아오기가 무섭게 지쳐 쓰러지곤하는 삶은 아닐 것이다.(도종환 시인의 귀가에서 인용)

 

(제임스 C. 스콧 지음, 이상국 옮김, 삼천리, 20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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