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85 2009. 4. 12. 13:11

더 리더


- 감독 스티븐 달드리, 출연 케이트 윈슬렛(한나 역), 랄프 파인즈(마이클 역)

- 2009.4.4(토) 20:00, 대한CGV


내가 본 이 영화의 논점은 두 가지다.

‘단순한 나치의 하수인이었던 한나를 중죄로 몰아 갈 수 있는가?’하는 것과 ‘중년이 된 마이클의 행동이 옳았는가?’하는 것이다.


우선 ‘한나의 죄’를 묻자. 글을 읽고 쓸 줄 모르는 한나에게 나치 친위대 감시원은 하나의 일자리였다. 그녀의 임무는 유대인을 감사하는 것이었다. 비좁은 감옥에 새로운 죄수가 들어오면 기존의 죄수 몇 명을 선발하여 내보내야 했다. 그들이 가스실로 가는 것은 한나에겐 별개의 문제였다. 한나는 죄수들이 교회안에서 잠을 자고 있을 때 화재가 발생하여도 문을 열어 줄 수 없었다. 문을 열어 죄수를 놓아주는 것은 감시원 본연의 임무에 위배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유대인들이 불타 죽는 것은 그녀에겐 다른 문제였다. 인간생명에 대한 깊은 고뇌없이 감시원의 업무에만 충실했던 한나의 죄는 얼마나 깊고 중한가?


두 번째는 마이클에 대해서다. 십대에 만난 한나는 마이클의 모든 것이 되어 버렸다. 일방적으로 그의 곁을 떠나버린 한나를 마이클은 법학도로서 나치 전범 재판을 참관하다가 발견한다. 그녀가 글을 쓸 줄 모른다는 사실만 증명하면 형벌이 가벼워질 수 있는데, 마이클은 끝내 증언하지 않는다. 그녀 스스로 밝히지 않으려는 자존심을 지켜주고 싶었을 것이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는 다시 책 읽어 주는 남자가 되었다. 이번에는 테이프를 통해 감옥에 있는 그녀에게 책을 읽어준다. 다시 책을 읽어 주게 된 마이클은 비록 만나지는 못했지만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 그녀로부터 그녀 자필의 편지를 받게 된다. 그리고 출소를 앞두고 그녀를 면회한다. 이 두 사건이 그에게 정신적으로 충격을 준 것 같다. 그의 첫사랑은 스스로 책을 읽기 보다는 듣기를 좋아했고, 아름다움이 있었다. 그의 생각이 조금씩 정리되고 있는 중에 그녀는 책을 받침대로 사용하여 목을 맨다. 그의 충격도 그녀의 자살도 모두 어찌할 수 없는 것이었지만, ‘마이클의 배려가 좀 더 있었다면’하는 안타까움이 있다.


책을 읽어 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영화만 보고는 내용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 보는 이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오히려 그것이 영화가 주는 매력일지도 모르겠다.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 둘이 자전거 하이킹을 떠나 들른 성당의 성가대 합창을 한나는 듣고 있었다. 그 순간 한나는 감정이 복받쳤다. 문틈으로 한나와 마이클의 눈길이 마주쳤다. 아마도 그 모습 때문에 마이클은 평생 사랑에 빠졌고, 성당 옆에 묻힌 한나의 묘소에 딸을 데려가 그의 사랑 얘기를 들려줬을 것이다. 사랑이란 한 순간에 눈이 멀고 평생 동안 치유될 수 없는 것인가?


-2009.4.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