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판/변신
<성>
측량기사인 K가 어느 성 아래 마을에 도착하면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K는 자기가 어떻게 이 마을에 오게 되었는지 알지 못한 체 글이 끝난다.
성의 서기와 비서, 하인들, 심부름꾼의 복잡한 행정민원체계가 원흉인 듯 하지만
실체는 드러나지 않는다.
또 하나의 중첩된 스토리는 우연한 사건으로 한 집안이 몰락하고
그 원인과 해결을 찾아 헤메는 것이다.
이 또한 얼기설기 헝크러져 있는 사건으로 줄기를 잡지 못한다.
실체를 드러내지 않는 권력, 눈에 보이지 않는 그 무엇에 대한
카프카의 은유인가.
<심판>
'누군가 요제프 K를 중상한 것이 틀림없다'
글의 처음이다.
무슨 잘못이 없는데도 어느 날 아침 그는 체포되었다.
다행이 신체구속은 되지 않아서 은행주임 업무를 보면서 그는 백방으로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려고 하지만, 변호사, 재판관 법원관리의 얽힌
부조리에 대응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끝내 희생당한다.
카프카는 요제프 K가 끝내 무슨 잘못을 했는지 알려주지 않는다.
다만 K의 입을 통해 이렇게 묻는다.
'한 인간이 죄가 있다는 것은 대체 어떻게 결정되지요?'
이기호의 <사과는 잘해요>의 모티브가 될 만하다.
원인과 결론에 의해 세상이 지배 받는다는 과학주의적 세계관에
한 방 먹이는 소설이다.
<변신>
<변신>은 <심판>과 <성>보다는 양이 적지만 그보다 충격적인 작품이다.
'어느날 아침, 꺼림직한 꿈에서 깨어난 그레고르는 자신이
침대속에서 한 마리의 커다란 벌레로 변한 것을 알게 되었다.'로
시작한 소설 <변신>에서 카프카는 '꺼림직한 꿈'이 무엇인지 이야기하지는 않지만,
가족의 생계를 위해 외판원이 된 자신의 힘들고 불만족스런 삶에 대한
꿈이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원인이야 어찌되었던 벌레로서의 주인공은 점점 가족으로부터 소외당한다.
결국은 쓸쓸한 죽음을 맞게 된다.
변신의 이유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변신의 결과는 냉혹하다.
- 카프카 / 김정진, 박종서 옮김 / 동서문화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