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知
길들은 다 일가친척이다
필85
2011. 11. 22. 09:04
이 책은 이해인 수녀님의 <꽃이 지고나면 잎이 보이듯이>에 소개된 책이다.
함민복은 전업작가다. <길들은 다 일가친척이다>는 강화도에서 농어촌 생활을 하면서 짬짬이 쓴 글이다. 자신의 시골생활과 누구에게 들은 이야기를 다시 독자에게 잘 꾸며 들려준다. 시골에서 단순한 삶이 뭐 이야기 거리가 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함민복 작가가 조곤조곤 들려주는 이야기는 끝이 없다.
가족을 이루지 않고 홀로 사는 이는 강하다. 그래서 그의 글에는 힘이 실려 있다. 세상을 바라보는 다른 시각도 숨어있다. 일가를 이루고 이것저것 생활에 신경 쓴다면 이러한 단아하고 좋은 글들을 쓸 수 있을까? 작가의 행복한 삶을 뺏어 독자들의 즐거운 글 읽기가 이루어지는 게 아닌가 하고 생각하니 홀로 사는 작가에게 미안한 마음이다.
그의 새로운 생각과 아름다운 표현을 옮겨본다.
“냉장고가 생기면서 음식을 나눠먹는 인심이 사라졌다고 한다”
“누가 봄볕에 이리 잘 마른 길을 널어 놓았을까”
“새 한 마리가 몸에서 떼어낸 그림자를 끌고 날아간다.”
- 함민복 에세이, 현대문학, 299p
- 2011.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