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공연뮤지컬

해운대문화회관 하우스콘서트

필85 2013. 1. 4. 09:57

 

하우스콘서트는 바로크 시대에 귀족들이 음악가를 자신의 집에 불러서 연주를 청하고 파티에 참석한 사람들끼리 유대관계를 형성하던 살롱문화에서 출발하였다고 한다.


비 내리는 광안대교를 뚫고 시작시간 조금 전에 해운대문화회관에 도착한 우리는 무대위로 안내되었다. 무대위에는 방석이 깔려 있었고 피아노와 악보대 하나가 중앙에 놓여 있었다. 관객들이 무대에서 텅 빈 객석을 바라보는 좌석 배치였다. 이렇게 앉으면 최대 120명이 앉을 수 있다고 하였다.


시간이 되자 첼로 연주자 양욱진과 반주자가 등장하였다. 연주자는 연주전에 간단한 음악 해석을 곁들였다. 파가니니의 <로시니 주제에 의한 변주곡>, 브루흐의 <콜  니드라이>, 쇼팽의 <화려한 대 폴로네에즈>, 오펜바흐의 <자클린의 눈물>, 마지막으로 포퍼의 <헝가리안 광시곡>이 연주되었다.


연주자의 거친 숨소리와 손가락이 현을 옮길 때 나는 긁힘 소리도 생생하게 들렸다. 연주자와 나의 거리는 불과 3미터 정도였다. 한편으로는 바로 곁에 붙어 앉은 관객들의 움직임과 속삭이는 소리가 귀에 잡혀서 집중이 되지 않는 순간도 있었다.


첼리스트의 왼손가락이 첼로 현 위를 숨 가쁘게 훑고 지나감에도 정확한 소리를 내는 연주는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내가 차지한 자리는 피아노 반주자의 춤추는 듯 부드러운 손놀림이 잘 보이는 위치였다. 반주자의 손놀림은 내게 부러움과 절망감을 동시에 안겨주었다. 나는 언제 한번 흉내라도 내보나.


양욱진의 부모는 모두 첼로 연주자라고 하였다. 첼로 연주 1세대인 그의 아버지가 작년 미국에서 돌아가시기 전에 그에게 연주를 부탁했던 곡이 데이비드 포퍼의 <헝가리안 광시곡>이라고 하였다. 사연과 함께 곡을 듣게 되니 연주자와 곡에 대한 친밀감이 더해졌다. 연주자는 이 곡은 깊은 슬픔과 기쁨이 번갈아 흐른다고 하였다.


양욱진의 아버지는 생을 마감하기 직전 왜 이 노래를 듣고 싶어 했던 것일까, 하는 의문과 함께 아들의 연주를 듣는 아버지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해운대를 떠나왔다.

 

*맨 오른 쪽이 첼로 연주자, 양욱진

 

 

 


- 첼로 양욱진, 피아노 박민선

- 12.7.14(토) 16:00, 해운대문화회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