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두 얼굴
가족의 두 얼굴
최광현이 지은 <가족의 두 얼굴>은 중학교 1학년생인 딸의 여름방학 필독서였다. 딸은 먼저 책을 읽은 후 전 가족이 이 책을 읽을 것을 주문하였다.
연세대학교 상담대학원 교수이자 트라우마 가족치료 연구소장인 저자는 사회생활에서 나타나는 개인적 특성의 뿌리가 ‘가족’안에 있다고 본다.
개인의 성장과정에서 형성된 정신적 흔적이 현재 삶에 그대로 투영되어 있다는 것이다. 여러 범죄사건을 들여다보면 대부분의 범죄자들이 결핍된 아동기 또는 청소년기를 보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비단 범죄자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성인이 이런 트라우마(정신적 외상)의 고리를 끊지 못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트라우마를 가진 이들이 현재의 삶이 잘못인 줄 알지만 자신이 자란 환경과 가장 유사한 형태로 환경을 조성하는 성향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 잘못된 환경에서 자신은 오히려 편안함을 느낀다.
저자도 책에서 언급하였지만 나는 책을 읽으면서 양익준 감독의 <똥파리>(2009년)를 떠올렸다. 주인공 상훈은 어릴 때 아버지의 폭력 속에서 자랐고 그 폭력성은 그대로 그의 몸속에 남았다. 어느 정도 그 상처를 극복하려는 순간, 영화는 비극으로 끝났다.
트라우마를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미국의 상담심리학과 교수인 크리스틴 골드월은 우리 몸에 남아 있는 트라우마를 해결하기 위해 사람들이 ‘자기 몸을 떠나는 방식’을 사용한다고 주장한다. 자기 몸을 떠나는 방식이란 곧 중독을 일컫는다. 중독의 문제는 내성이 생기는 데 있다.
최광현 교수는 가능한 빠른 시간 내에 ‘직면’을 통해 트라우마를 해결해야 한다고 한다. 저자가 말하는 ‘직면’이란 자신이 경험한 현실을 외면하거나 없었던 일로 애써 피하는 것이 아니라 당당하게 마주보는 것이다.
<가족의 두 얼굴>에서 저자는 행복한 가족의 비밀을 이야기 하면서 ‘자기애’를 강조한다. 어떤 슬픔도 이겨내는 자기애는 강한 자존감과도 연결된다고 한다. 그 외 책에서는 홀로서기와 가족간의 대화, 자기 감정을 인정하는 용기에 대하여도 조언해 준다.
책을 덮으면서 나는 가족에 대해 깊은 생각에 잠겼다. 나는 나의 아들과 딸이 나보다 더 행복한 가정 속에서 생활하기를 소망한다. 그런데 그 행복과 불행의 씨앗이 나의 말과 행동, 습관에 있다고 생각하니 자못 두렵기까지 하다.
‘사랑하지만 상처도 주고받는 가족’이라고 저자는 표현했다. 연말연시 우리 가족은 또 어떤 사랑과 상처를 주고받을 것인가? 부디 그 상처는 흉터도 트라우마도 없는 딱지가 되어 쉽게 떨어져 나가길 빌어본다.
<가족의 두 얼굴>은 전국민 연말연시 필독서가 되어야 할 것 같다. 책을 권해준 딸이 고맙다.
- 2013.10.29.(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