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롭게 쓴 글

아까운 겨울 햇볕

필85 2014. 1. 26. 17:13

아까운 겨울 햇볕


오전 8시, 겨울 어느 일요일 베란다를 거쳐 거실까지 들어오는 햇볕이 정겹다. 건조대는 그저께 받아 놓은 빨래를 아직도 펼쳐 놓고 있고 세탁기는 이제 막 탈수까지 마쳤다는 신호를 내게 보냈다. 내 손에는 책이 들렸다.


9시경 어느 순간 다시 돌아본 거실과 베란다. 햇볕이 나에게 속삭이는 소리를 들었다. 그렇다. 아까보다 거실로 들어온 햇볕의 양이 줄었다. 얼른 책을 덮고 건조대의 빨래를 재빨리 걷는다.


나는 겨울 햇볕을 즐기면서 새로운 빨래를 탈탈 털어 건조대에 하나씩 걸치고 있다.


11시경 나는 소파에서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을 잠시 덮고 건조대를 쳐다본다. 꽉 찬 건조대만큼 내 마음이 풍요롭다.


수건, 수건, 수건, 런닝셔츠와 팬티, 양말...살짝 부는 바람에 흔들리는 동호의 티셔츠는 내가 살아있음을 말해준다.


- 2014.1.26(일) 오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