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85 2014. 8. 31. 16:53

한공주

 

폭력장면이 등장하는 영화는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 첫째는 눈뜨고 차마 볼 수 없는 장면이 있음에도 전체적으로는 아름다운 장면이 더 오래 기억되는 영화이다. <지슬>의 경우다. 애인을 진압군에게 빼앗기고 제주도의 능선을 뛰어오르는 장면에서 비스듬히 누운 여인의 육체가 오버랩되는 화면은 아직 한 번 씩 생각난다.

 

두 번째는 영화속의 폭력이 주는 잔인성이 영화의 메시지를 강화시키는 영화가 있다. <똥파리><에피타>의 경우다. <똥파리>에서 양익준이 아버지를 폭행하는 장면이나 <피에타>에서 조민수가 살점을 씹는 장면, 도로에 피가 젖어드는 마지막 장면은 생각만으로 지금도 섬뜩하지만 감독이 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세 번째는 영화관을 나오는 순간 영화를 떠올리는 것조차 괴로운 영화가 있다. 이수진 감독의 <한공주>가 그런 영화다. 집단 성폭행을 당한 여고생 한공주는 자신이 잘못한 것도 아닌데 전학을 가야했고 피해자의 부모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한다.

 

한공주의 재혼한 엄마도, 막노동으로 피해자들의 돈에 놀아나는 아빠도 그녀를 보살펴 주지 못했다. 감독은 공주를 괴롭힌 악랄한 학생보다는 학생의 부모와 우리사회에 대해 분노를 느끼게 하였다.

 

오늘(2014.5.6.) 인터넷 뉴스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성인들은 결혼상태이거나 미혼상태가 대부분이라고 발표했다. 선진국의 경우는 사별, 동거, 이혼의 다양한 형태가 공존하지만 우리는 이혼을 하더라도 곧 재혼을 한다는 것이다. 연예 파트너로서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적 억압 때문이다. 또한 분출이 허용되지 않는 청소년에 대한 성적억압은 동성간 성폭력과 집단 성폭력의 원인이 됨은 말한 것도 없다.

 

한공주는 수영을 배운다. 한강에 뛰어든 공주는 살았을까, 죽었을까. 그 답은 관객들의 몫으로 남겼다.

 

한국/드라마/2014.4.17./112/청소년관람불가

감독 이수진 / 출연 천우희(한공주), 정인선, 김소영

2014.5.5.()16:30, 영화의 전당 시네마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