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의 추격 추월 추락

산업의 추격 추월 추락

‘조선업 불황, 금융위기때보다 심각’, ‘LG화학·삼성SDI, ESS(에너지 저장장치) 시장 공략’, ‘스마트홈 플랫폼 대전(大戰)’, ‘볼보 인수해 살려낸 중국 선진국 추격 전략’ 5월 4일자 사무실에 배달된 신문에서 뽑아낸 산업 관련 제목들이다. 위기, 심각, 공략, 대전, 추격 등 단어만 보면 전쟁이 따로 없다.

 

 

영원한 승자가 없는 경제전쟁에서 산업 주도권의 반복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요인은

무엇인가? 서울대 이근 교수와 몇 명의 전문가가 함께 쓴 <산업의 추격, 추월, 추락> 속에 산업 주도권의 이동에 관한 이론과 예시들이 있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추격사이클의 이론을 간략하게 소개하면, 후발자는 여러 기회요인으로 시장에 진입하게 되고 추격 과정을 거쳐서 나중에는 선발자를 추월하고 시장을 점유하게 된다.

 

이때 선발자를 따라 잡는 방식에는 세 가지가 있다. 선발자의 방식을 그대로 따라서 하는 ‘경로 추종형’, 선발자가 밟은 단계를 생략하고 추월하는 ‘단계 생략형’, 기존의 시장경로를 무시하고 새로운 경로를 창출하는 ‘경로 창출형’이 있다.

 

 

그렇다면 후발자가 시장에 진입하고 선발자를 추월하게 되는 기회의 창은 어떻게 열리는가? 여기에는 세 가지 요소가 있다. 먼저 새로운 기술과 경제패러다임의 변화이다. 두 번째는 경기순환 또는 새로운 소비자층의 등장과 같은 시장수요변화, 세 번째는 정부의 다양한 규제와 직접적인 지원이다. 이러한 요인들로 인하여 선발자와 후발자 사이에 비대칭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누군가가 그 기회를 이용해 주도권을 잡는 것이다.

 

 

이러한 이론의 적용을 위하여 산업주도권의 변화가 뚜렷한 산업의 예를 들어보자. 먼저 휴대용 음악재생기 산업이다. 업계 선두에 서 있던 소니의 ‘워크맨’은 한국의 ‘아이리버’에 의해 시장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세계 최초로 mp3 플레이어를 개발한 벤처업체 레인콤의 아이리버는 한때 세계 1위를 차지했지만, 이 또한 스티브 잡스의 아이팟이 등장하면서 시장에서 찾아 볼 수 없게 되었다. 스티브 잡스는 아이튠즈라는 뮤직스토어를 제공함으로써 기존의 비즈니스모델과는 다른 새로운 경로를 창출했다.

 

 

다음은 반도체 산업의 예를 들어보자. 반도체산업의 경우, 두 번의 주도권 변화가 있었는데 첫 번째는 미국에서 일본으로, 두 번째는 일본에서 한국으로의 주도권 이전이 있었다. 두 번째 주도권 싸움에서 일본기업들은 전략적으로 잘못된 판단을 하였다. 일본은 최고의 시장점유율을 기반으로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꾀하면서 추가 투자를 하지 않았다. 이에 반해 한국의 재벌기업은 정부지원으로 R&D(연구개발)와 시설에 적극적인 투자를 하면서 일본의 기업들을 추월하게 되었다.

 

 

이 책은 산업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방향에 몇 가지 시사점을 주고 있다. 먼저 산업부문이다. 한국이 세계적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기간산업, 즉 전자, 기계, 조선·해양, 석유·화학, 철강산업에 대하여는 적극적인 개척자 전략(First Mover)을, 아직 기술적으로 선진국에 미치지 못하는 미래산업, 즉 의료·바이오, 에너지·환경, 안전, 지적서비스, 항공우주 분야는 추격자 전략(Fast Mover)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R&D 전략에서는 연구개발과 산업정책을 분리하지 않고 R&D, 인력, 상용화, 기업지원, 금융, 세제지원까지 포함하는 패키지형 정책이 되어야 하며 기술공급 지향형 정책에서 수요 지향형 정책으로 빨리 전환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이 책의 내용 중에 따로 메모해 두고 싶은 문장이다.

‘주도권 확보를 위해서는 어떤 형태의 기회의 창이 오는지 예의 주시하고 그 기회를 극대화 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분석력, 날카로운 통찰력, 혁신적인 사고를 항상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지난 5월 8일, 어느 일간지의 1면을 장식한 기사는 ‘삼성전자가 경기도 평택에 사상 최대 15조 6천억원의 투자’를 한다는 것이었다.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1위 기업인 삼성전자가 전체 반도체 시장 1위인 인텔을 따라잡기 위한 전략에 따른 것이다.

 

 

15만명의 고용을 창출하는 삼성전자의 투자 결정을 보면서 위 문장을 다시 옮겨 적어본다.

“부산이 국가의 산업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술의 변화, 시장수요 변화와 같은 기회의 창이 어떻게 오는지 예의 주시하고 산업과 기업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과 통찰을 통해 기존의 지원방식을 뒤엎는 혁신적인 정책을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 2015. 5. 13.(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