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주림
굶주림
앙드레 지드는 이 책의 서문에서 <굶주림>을 읽는 독자에게 ‘손가락 가득히, 마음 가득히 피와 눈물이 솟구치는 것을 느낄 것’이라고 했다.
앙드레 지드의 예고가 맞았다. 며칠을 굶주린 주인공이 아는 이에게 돈을 빌리기 위해 매고 있던 넥타이를 포장하여 그에게 건넸지만 그도 돈이 없어 다시 주인공에게 돌려주려고 하는 대목이다.
“가지시오, 가져요. 그냥 드리는 거지요. 별것 아닙니다. 하찮은 거지요. 내가 이 땅위에 가지고 있는 거의 전부입니다만”
나는 내 자신에게 깊이 동요되었다. 그 말은 석양의 어슴푸레한 빛 속에서 그렇게나 허탈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83쪽)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크누트 함순의 <굶주림>은 글로 먹고 사는 한 젊은이의 배고픔에 대한 이야기이다. 글을 읽는 내내 가련한 이 젊음이가 동정심 없는 도시의 뒷골목에서 차갑게 식어갈 것이라는 생각에 책장을 넘기기가 망설여졌고 배부르게 먹는 것도 불편했다.
“나는 온 나라에서도 비길 데 없는 머리와 하역인부라도 때려눕히고 콩가루로 만들만한 두 주먹을 가지고 있다.(신이여 용서하소서) 그런데도 크니스티나 도시 한복판에서 인간의 모습을 잃을 정도로 굶주리고 있다. 거기에는 어떤 의미라도 있는 것일까 아니면 세상의 질서와 순서가 그런 것인가?”(137쪽)
크누트 함순은 책에서 세상의 질서와 순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굶주림을 이야기 할 뿐이다.
작가가 만들어낸 독특한 인간에게 매료되었다.
- 크누트 함순 지엄, 우종질 옮김, 창
- 2015.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