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정의 사랑 아름다움
프랑스의 영향력 있는 철학자이자 미학자인 장-뤽 낭시의 이 책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신과 정의, 사랑, 아름다움에 대한 강연을 기록한 글이다.
"신, 신적인 존재, 또는 초자연적인 존재는 내가 그저 어떤 무엇이 아니라 내가 세계의 모든 것과 또 세계의 모든 존재와 관계하여 메어있지 않다는 것을 제시해 줍니다. 그러므로 여기에는 제가 열림이라고 지칭하는 무언가가 있습니다."(28쪽)
저자는 신에 대하여 유일신을 섬기는 세개의 종교를 중심으로 이야기하고 질문과 답변을 이어가지만 그의 철학적 설명을 모두 이해할 수는 없었다.
정의, 정의에 대하여 저자는 '정당한 것과 부당한 것은 언제나 타인들과의 관계속에서 결정된다'고 하면서 '바로 이것이 절대적인 정의야'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절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사랑과 아름다움의 공통점은 둘다 완벽하지 않다는 것이다. 사랑은 보장받지 못하고 아름다움은 불안정하다. 사랑은 충직함에 있고 아름다움은 진실의 문제라고 저자는 말한다.
결론적으로 ('신'이라는 주제는 제외한다.) 정의, 사랑, 아름다움은 보편적이고 절대적이라기보다는 주관적이고 상대적인 관점에서 논의해야 한다. 또한, 그들은 그것 자체를 넘어서는 무엇인가에 열려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저자가 언급한 '열려있음' 또는 '열림'에 주목한다. 미술관에 전시된 변기와 벽돌, 깡통, '그것을 예술작품이게 만드는 건 그것이 사물에 머물러 있지 않다는 사실입니다.'(205쪽) 이우환은 <시간의 여울>에서 '조각이란 눈뜬 공간을 뜻한다. 공간을 점거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여는 것이야말로 조각가가 해야할 일'이리고 했다.
즉, 변기 너머 열려있는 그 어떤 것으로 인해 나는 즐거움과 만족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교육이 아름다움을 이해하는 차원을 열어준다'는 저자의 말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신, 정의, 사랑, 아름다움이 무엇인지에 답을 얻을수는 없었다. 사실 답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정의와 사랑, 아름다움에 대한 활자를 읽는 동안 그 따뜻한 단어들을 품을 수 있었다는 것에 만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