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知

그라우트의 서양음악사_상권

필85 2018. 9. 2. 23:52
"(나는) 다음과 같은 주제를 전면에 내 세우고자 노력하였다.
음악을 만들고, 연주하고 돈을 지불하고 산 사람들
그들의 선택과 선택한 까닭
그들이 음악에서 가장 가치있다고 생각한 것, 그리고
그러한 선택이 전통과 개혁이라는 입장에서 어떻게 반영되는지 하는 것"(머리말 중)

그리스 저술가들은 '음악이 개인의 윤리적 특성 또는 존재 및 행동의 방식인 에토스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믿었다.'(35쪽)고 하며, 로마의 철학자이자 저술가인 보에티우스는 성격에 미치는 음악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음악이 고급철학을 위한 입문서 뿐 아니라 젊은이 들에 대한 교육에 있어 중요하다고 믿었다.'(64쪽)고 한다. 책의 전반부를 통해 음악이 우리 삶에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는 충분히 알겠다.

나는 내가 듣는 베토밴, 쇼팽, 슈베르트, 말러의 음악이 음악사적으로 어떤 위치에 있는지, 어떤 맥락에서 탄생했는지 궁금하다.
"우리는 지금은 단순하게 들리는 음악도 한때는 강력한 관련성을 전달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런데 그 관련성은 오직 그것이 출범했을 때의 역사적 상황을 연구했을 때만 알 수 있는 것이다."(267쪽)

이 책은 친절하게도 그 시대의 음악을 이야기하기 전에 정치적, 사회적 상황을 설명하고 연대기를 보여준다. 머리말에서 '새롭다는 것은 언제나 전통적인 것을 새로운 방식으로 비틀어 놓은 것이다. 가끔 너무 새롭게 보이는 것도 실은 저 옛날의 음악으로부터 일정부분을 빌려온 것이다.'라고 언급한 것 처럼 음악의 형식과 기법은 서로 연결되고 계승되었다.

17세기에 나타난 새로운 장르, 즉 칸타타, 오라토리오, 소나타, 샤콘느 등과 18세기의 바흐의 푸가, 헨델의 오라토리오, 하이든의 교향곡, 모짜르트의 피아노 소나타와 오페라도 르네상스와 그 이전의 음악으로부터 빌려서 재가공한 것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상권(고대부터 18세기)까지 읽었지만, 도대체 얼마만한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이런 책을 쓸 수 있는지 궁금하다. 저자는 음악관련 원전(수도원 보관 도서 등), 종교사, 역사서, 장르별 그리고 지역별 음악사를 모두 꿰뚫고 이들을 씨줄과 날줄로 정교하게 엮었다. 그 방대함에 놀라고 인과관계를 논리적으로 풀어낸 통찰력에 감탄하게 된다.

어떤 질문(예를 들면, 왜 헨델은 대중적인 인기를 누렸는가?)에 대하여 맥락을 짚어가면서 이야기 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경이로운 일인가? 내 삶에 던져지는 질문들에 대하여도 그렇게 답할 수 있으면 좋겠다. 답은 맥락속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