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 '이건 뭐지?, '어쩌라구?',라는 감탄사를 내 뱉는 영화는 흔치않다.
그럼에도 며칠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마음을 내지 못하고 있던 차에
주말에 딸이 이 영화를 언급해서 시간을 냈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총격전이 끝난 현장에서 우연히 돈 가방을 주운 월남참전용사 모스(조슈 브롤린 분),
그의 뒤를 쫒는 살인 청부업자 시거(하비에르 바르뎀 분), 그 둘을 함께 추적하고 나선 보안관 벨(토미 리 존스 분), 출연자를 소개하는 과정에서 영화 줄거리 소개는 끝났다.
가장 특징적인 인물은 살인자 '안톤 시거'다. 특별히 개조된 자기만의 무기, 즉 산소통에 연결해서 강력한 공기(라고 추정됨)를 뿜어내는 호스는 도살장에서나 쓰임직 하다. 그는 이것을 이용해서 주로 저항할 의사가 없는 노인들을 면전에서 살해한다. 물론 한번 타격을 받으면 살아나기 힘든 장총도 가지고 있다. 그의 살인에는 자비심이 없다.
영화 <해바라기>에서 김래원은 마지막 싸움을 시작하면서 악당에게 '꼭 그렇게 해야만 했느냐'고 묻는다.
여기서도 시거에게 희생당하기 전, 모스의 아내는 이렇게까지 할 필요있느냐('자기까지 죽일 필요는 없지 않느냐?'), 라고 묻지만 시거는 실행한다. 곳곳에서 힘 없는 노인을 죽이는 장면이 나온다. 반항하지도, 살려둔다고 해서 결코 시거에게 위협이 되지 않는 노인들을 그는 도살장에서 묶인 소의 정수리에 일격을 가하듯이 한다.
이 영화의 원작은 <로드>의 저자 코맥 매카시라고 한다. 몇 년 전 그 소설을 읽었을 때의 서늘함이 영화에서도 느껴진다. 그기다가 영화 음약이 없어서 그런지 따뜻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범죄 스릴러, 추격물로 봐도 좋은 이 영화의 제목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이다. 보안관 벨은 은퇴를 앞둔 노인이다. 시거가 남긴 흔적만을 쫒아다니면서 자신의 무력감을 느끼게 되고 옛날을 그리워한다. 예절과 이웃이 있는 , 총을 차고 다니지도 않았던 보안관이 살았던 시절에 살았던 노인들을 위한 나라는 이제 없는 것이다.
생각을 한 번 더 밀고 들어가면, 여기서의 노인은 생물학적으로 노화가 진행된 상태의 인간을 이야기하는 것 만은 아닐 것이다. 과거(범죄의 흔적)를 통해 미래(범인의 행동)를 예측하고 믿음과 신념에 따라 합리적인 생각을 하는 인간이 살기에는 힘든 세상이 되었다.
보안관 벨은 은퇴했고, 안톤 시거는 잡히지 않았다. 사라진 돈 가방도 오리무중이다.
어쩌라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