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知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필85 2019. 3. 31. 23:41
문학평론가인 저자는, 지난 7, 8년동안 쓴 글들을 모아보니 슬픔에 관한 글들이 많아서
이 책을 펴냈다고 한다. 저자는 '인간이 배울만한 가장 소중한 것과 인간이 배우기 가장 어려운
것은 정확히 같다.'고 하면서 그것은 바로 '타인의 슬픔'이라고 한다. 타인의 슬픔을 위로하는
것과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이야기하는 저자의 글에 공감이 간다.

"위로란 단지 뜨거운 인간애와 따뜻한 제스처로 가능한 것이 아니다. 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사람이 나를 위로할 수는 없다. 더 과감히 말하면, 위로 받는 다는 것은 이해받는다는
것이고, 이해란 곧 정확한 인식과 다른 것이 아니므로, 위로란 곧 인식이며 인식이 곧 위로다."
(38쪽)

"어떤 사람이 타인의 고통을 이해할 줄 아는 깊이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를 어떻게 판단할
수 있는가...인간은 자신이 잘 모르는 고통에는 공감하지 못한다. 그것은 우리모두의 한심한
한계다. 그래서 고통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자의든 타의든 타인의 고통 가까이
있어본 사람, 많은 고통을 함께 느껴본 사람이 언제 어디서고 타인의 고통에 민감한 것이다."
(202쪽)

슬픔에 대한 이야기를 책의 앞 부분에서 끝낸 후, 저자는 자신이 본 영화, 읽었거나 비평한
작품, 언론과 잡지에 투고한 내용들을 주제별로 나눠서 소개하였다. 문학의 역할, 소설의
구성과 이해, 소설과 시를 읽어야 하는 이유 등등 문학평론가의 시각은 문학을 통해 인생을
배우려는독자에게 도움이 된다.

"자주 사용하는 방법이지만 장편소설의 구조를 '사건, 진실, 응답'의 세 층위로 분석해 보는
것은 유용하다. 사건이 발생하고 진실이 드러나고 주제는 응답한다...사건의 충격, 진실의 무게,
응답의 울림이라는 측면에서 이 소설은 무엇을 얼마나 성취했는가"(237쪽)

"시는 매끈한 해답을 쥐어주기보다는 예리한 질문을 던지는데 소질이 있는 예술이다.
삶이 조금이라도 더 의미 있어지려면 삶의 의미에 대한 질문을 멈추지 말아야한다.
고로 우리는 시를 읽어야 한다."(266쪽)

이 책의 미덕은 책뒷부분에 따로, '(이 소설은) 거의 완전 무결한 축복 ', '영혼이 젖는다'.
'내 눈으로 읽고도 믿을 수없을 만큼 아름다운', '쉽게 읽히지만 빨리 덮기 어려운'과 같은
평론가 답지 않는 미사여구를 사용하면서 21권의 책을 소개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그 중 6권의 책을 골랐다.

생각해보면 문학작품을 읽는다는 것은 타인의 슬픔과 고통을 이해하면서 위로를 보내는
것이다. 그 대상은 시와 소설의 주인공일 수도 있고 글을 쓴 작가가 될 수도있겠다.
궁극적으로 독서는 나를 향한 위로이고 질문이다. 내 삶에 대한 질문을 멈추지 말아야한다.

6권이면 이 봄을 보내기에 넉넉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