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知

그들의 첫 번째 고양이와 두 번째 고양이_윤이형

필85 2019. 6. 17. 08:45
"희은은 언젠가 침대에 누워, 결혼을 고발하고 싶어, 중얼거린 적이 있었다. 정민씨, 결혼이라는 놈을 의인화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해서 피고인석에 세우고 싶어. 원고는 우리 둘이고. 대체 우리에게 무슷 짓을 한 거냐고  하나하나 따져 묻고 싶어"(62쪽)

  윤이형 작가는 2019년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 <그들의 첫 번째와 두 번째 고양이>에서 고양이, '치커리'와 '순무'의 죽음을 통해 '포탄이 쏟아지고 지원군은 오지 않는 전쟁터'와 같은 육아의 힘겨움과 결혼이라는 제도 속에서 여성의  위치를 이야기한다. 나는 이 소설에서 고양이를 등장시킨 이유는 '고양이는 아픈 것을 드러내지 않는 동물'이라 상태가 최악이 될때까지 '필사적으로 숨'긴다고 하는 특징(23쪽), 즉 보호자는 고양이의 종말을 미리 알 수 없다는 것을 말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어떻게 한들, 역할을 어떻게 바꿔본들 본질은 변하지 않아. 우리 중 한사람은 짐을 떠 맡고 다른 사람은 소외되게 되어 있어. 이 구조가 너무 힘이 세서, 우린 그안에서 결코 버텨낼 수가 없어. 서로는 존중 할 수 없고, 사람답게 대할 수 없어. 이건 우리 둘 다를 병들게 만들 뿐이야"(69쪽)

희은이 주도적으로 결혼을 파괴한 후, 정민은 임용고시에 합격하고 현장노동자에서 벗어나 소망하던 교사가 되었으며 희은도 힘든 과정을 거치긴 했지만 정신적, 물질적 안정을 찾게 되었다.

어느 집이나 육아는 힘들고 견디다 보면 아이도 금방 자라게 될 것이다. 헤어지는 것은 아이의 정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희은이 너무 유난을 떠는 것이다. 나는 희은을 말기고 싶었지만 작가는 한치의 양보도 없이 희은의 생각대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너무 꽉짜인 구조로 나를 밀어붙이는 탓에 계속 같이 살았으면 종말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고 헤어진 것이 서로의 안정과 아이의 성장을 위해 좋았다는 결론에 이른다.

손녀를 기르면서 '견디는 삶'을 살아가는 할머니와 이웃의 아이돌봄 청년로봇과의 연정 비슷한 이야기를 다룬, 작가가 스스로 선정한 대표작 <대니>에서도 보여주듯이 윤이형의 시선과 해법은 좀 다르다. 영화사 잡지사 기자, SF창작 수업, 우울증 경험, 강남역 살인사건의 충격 등 직접, 간접 경험이 축적되어 나타난 것이리라. 그기다 글의 힘도 세다.

  내 삶을 풍부하게 해주는 것은 이런 것이다. 현상의 원인을 다른 시선으로 보는 것, SF적인 시각, 즉 미래관점으로 해답을 찾아보는 것, 생각과 행동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그렇게 하는 사람을 존중하는 것. 두 달에 한번 <녹색평론>을, 일 년에 한번 <이상문학상 작품집>을 기다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