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知

네트워크의 부_요하이 벤클러_200216

필85 2020. 2. 16. 23:49
"우리가 극소수 기업들과 국가기관의 손에 통제와 권력이 주어진 시스템속에서 살 것인가, 아니면 우리 삶의 주체로서 충분한 개방형, 회복력을 가진 시스템을 건설할 것인가"

요하이 벤클러 교수는 <네크워크의 부>의 한국어판 서문에서 위와 같이 질문을 던졌다. 이 책의 부제는 '사회적 생산은 시장과 자유를 어떻게 바꾸는가'이다. 이 책은 2006년에 발간되어 세계적 반향을 일으키며 도서 분야 각종 상을 휩쓸면서, 이제는 고전의 반열에 들어섰다. 저자가 언급한 새로운 시스템은 '공유재 기반 동료생산 시스템(commons-based peer production)'이다.

"새로운 생산양식은 철저하게 탈중심화(decentralized)되어 있고 협업적(collaborative)으로 이뤄지며, 배타적 전유를 전제로 하지 않는다(nonproprietary). 이 새로운 생산방식은 자원을 공유하며 생산된 산출물을 광범위하게 배포할 수 있다. 시장의 선호에 좌우 되거나 관리적 명령의 의존하지 않고 느슨하게 연결된 개인들을 기반으로 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정보.지식.문화에 대한 협력적 공유(cooperative sharing)와 비시장적 생산의 사회적 실행이 자유주의 국가의 자유와 정의를 한층 진전시킬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위키피디아, 프리 오픈 소프트웨어, P2P 공유 시스템 등 구체적 사례를 소개한다.

왜 지금 공유생산 또는 사회적 생산시스템인가? 저자는 '공유는 테크놀로지에 의존'한다고 하면서 '공유의 경제적 역할은 기술과 함께 변화한다. 재화, 서비스, 가치있는 자원을 효과적으로 공급해야만 생산이 이루어 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공유생산시스템의 핵심은 '참여자들의 작업을 독립적으로 구분한 모듈화(modularity)와 세분화된 기여(fine-grained contribution)를 통합하는 역량'이라고 소개한다.

이 책은 저자가 하버드대학교 로스쿨 교수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소프트웨어,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기술혁신, 무선통신 정책, 자유와 정의에 대한 논리를 망라하고 있다. 8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다. 독자가 어느 분야에 관심을 가지든 이 책을 읽고나면 공유 생산과 네트워크 경제, 기술의 발전에 따른 변화에 대해 새로운 통찰을 가질 수 밖에 없다.

다음 글은 이 책의 결론부분이라고 생각되는 글이다.
"네크워크 정보 경제의 출현은 개인적 자율성에도 가시적 개선의 기회들을 제공한다. 그 과정을 살펴보면 우리가 세상을 인식하는 방법을 개선하고, 세계에 대한 우리의 인식에 우리가 영향을 부여할 수 있는 범위를 넓히고 우리에게 열린 행동의 범위와 그 행동을 통해 가능한 결과들, 우리의 선택을 추구하기 위해 수행하는 협업적 프로젝트들의 범위를 넓힌다."

"우리가 주변의 세계를 인식하는 방법, 그리고 개인이 혼자서 또는 사람들과 함께 협업하여 세상에 대한 우리의 이해와 세상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이해를 형성하는 방법이 근본적으로 전환되고 있다. 현재 우리는 심원하고 근원적인 전환의 한복판에 와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정보기술의 발달이 개인의 자유를 확대하고 국가의 정의를 실현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하지만 나는 비관적 시나리오가 작동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지식재산권 제도를 조금만 들여다 보면 우려가 현실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저자도 'HIV/AIDS 환자들이 사실상 만성질환으로 관리될 수 있음에도 죽음에 이르는 것은 그들이 가난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인류 개발을 위해 절실히 필요한 자원들의 확산을 방해하는 주요 장애물은 무엇일까? 그것은 지식재산권의 제도적 틀, 그리고 특허 의존적 모델들이 가진 정치권력과 무역권력'이라고 주장한다.

"특허와 시장유인이 연구와 혁신을 이끄는 추동력이 되는 국제적 혁신시스템을 미국과 유럽이 계속해서 유지하는 한 부유한 민주국가들은 필연적으로 빈곤층에게 약영향을 미치는 질병들의 퇴치를 소홀히 여길 것이다."

  기술의 발전이 어떤 기회와 미래를 가져다 줄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우리 삶의 주체로서 충분한 개방성, 회복력을 가진' 따뜻하고 함께 나누는 세계를 건설할 것인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