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_헤르만 헤세_201104
"나는 내 속에서 스스로 솟아나는 것
바로 그것을 살아보려했다.
그것이 왜 그토록 어려웠을까" (첫 단락)
싱클레어는 선과 악의 세계 사이에서 혼돈스럽게 보냈던 유년기에 막스 데미안을 만났다. 이 책은 싱클레어가 데미안과의 만남 이후 자신의 내면을 발견하면서 성장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이다. 마침내 싱클레어는 '이젠 완전히 내친구, 나의 인도자인 그와 똑같이 닮은 모습'(마지막 문장)이 된다.
싱클레어의 성장은 크게 세 시기로 나눠볼 수 있겠다. 먼저, 이제 막 진지한 생각을 시작한 싱클레어에게 닥쳐온 '악마의 세계' 속 유년기이다. 싱클레어는 의도치 않은 거짓말 때문에 크로머에게 끝없이 협박을 당했다. 우연처럼 보이는 인연으로 만난 데미안이 그를 구해준다. 스스로의 힘으로 해내지 못했다.
두번째는 집을 떠나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겪는 혼돈의 시기이다. 술에 빠져서 방황하던 시기에도 스치듯 만난 베아뜨리체를 생각하고 오르간 연주자 피스토리우스와 도덕과 인간의 내면, 아브락시스에 대해 토론하면서 답을 찾으려고 한다.
마지막으로 다시 데미안을 만나면서 되찾은 평안과 성숙의 시기이다. 이때 싱클레어는 데미안의 어머니인 에바부인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낀다. 데미안은 자신의 내면을 더 잘 들여다보게 되었으며 '우리는 깨달은 자 혹은 깨달아가는 자들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곧장 더욱 더 완전하게 깨닫기 위해 노력하는데, 반면 다른 사람들은 그들의 의견이나 이상, 의무, 삶, 행복을 한데 묶고 더욱 더 군중들과 같아지려는 노력에 집중한다'고 말한다.
이 책의 첫문장으로 돌아가보자. '내속에서 스스로 솟아나는 것'을 그대로 살아보려는 것이 왜 어려웠을까? 다음은 답이 될만한 단락이다.
"어디를 가도 집단행동이 지배하고 있고, 자유와 사랑이 보이지 않는 다고 말했다. 이 모든 가짜 공동체들(대학생 연맹부터 합창단, 나아가 국가까지)은 공포심과 불안감과 당혹감에서 탄생되어서, 안으로 썩고 닳아 곧 붕괴되고 말 거라고 했다."
헤르만 헤세는 공포심으로 만든 가짜 공동체와 자유와 사랑이 배제된 집단행동을 깨뜨리는 힘은 자신의 내면에 있다고 한다. 자신 또는 외부세계와의 투쟁으로 도달하는 곳은 선과 악이 공존하는 아브락시스의 세계이다.
"나는 내면을 발견해 내는 일에 현저히 유능해졌고, 나의 꿈과 사상과 예감에 대한 믿음이 커졌고, 나의 내면에 어떤 힘을 지니고 있음을 깨달아서 들떴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아브락시스다."
성장소설로 만난 <데미안>을 읽는 동안 '내 속에서 스스로 솟아나는 것'조차 발견하지 못한 나를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