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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진그룹 영어토익반_줄거리 있음

필85 2021. 2. 21. 17:04

감독 이종필 / 2020.10.21. 개봉

출연 고아성(이지영), 이솜(정유나), 박혜수(심보람)

 

크게 세 가지 흐름이 영화를 이끌고 있다. 하나는 대기업에 입사한 고졸여사원의 애환이다. 토익 600점을 넘기면 대리로 승진시켜 준다는 회사의 방침에 따라 타일러가 가르치는 토익반에서 새벽부터 공부하는 여사원들, 이들의 모습에 비치는 1990년대 중반 회사생활모습은 고달프다. 담배 심부름, 쓰레기통 비우기, 커피타기, 구두배달, 그 시대의 전반적인 모습을 빠뜨리지 않고 세심하게 보여준다. 디테일이 살아있다.

 

두 번째는 페놀 유출사건에 얽힌 대기업의 술수와 피해를 입은 주민의 모습들이다. 세 번째는 예고편에도 나와있지 않고 영화소개 기사에도 제공되지 않는 내용이다. 전체적으로 영화의 줄거리에 쇄기를 박는 중요한 흐름이다. 바로 외국계 전문 CEO의 한국기업 M&A 전략이다. <국가 부도의 날>(2018)을 연상시킨다. 경영합리화를 핑계로 한국 기업을 통째로 삼키려는 악덕 외국 경영집단을 마지막에 등장시킨다.

 

영화는 시대를 잘 표현했으며 고졸 여성들의 사회생활의 고달픔과 연대, 용기도 충분히 감동적이다. 주연 뿐만아니라 조연의 연기도 훌륭해서 몰입감도 높았다. 줄거리가 약간 애국심에 기대는 것이 흠이었지만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기에 실망도 크지 않다.

 

아쉬운 점을 이야기하자면, 이야기 자체가 좀 더 완성된 모습으로 연결되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페놀 사건을 좀 더 깊이 다루든지 아니면 외국계 회사의 M&A에 집중하든지 했으면 좋았겠다. 페놀사건을 다룰 줄 알았는데 엉뚱하게 흐름이 바뀌다보니 부자연스럽다. 주연들의 연기가 좋았지만 스토리의 완성도가 약하니 명장면이 나올 수 없다.

 

굳이 명장면을 뽑자면 이사회를 앞두고 고아성과 외국인 사장이 한 판 뜨는 장면이다. 오회장(박근형)과 고졸사원, 회사 임원이 모두 참석한 자리였다. 영어로 대적하는 고아성의 연기는 눈부셨지만 감동은 없었다.

 

그런데, 제목을 한번 살펴보자. 토익은 영어 밖에 없지 않은가? '삼진그룹 토익반'이라고 해도 되었을텐데, 왜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이라고 하였는지 궁금타.

 

20202.14. 감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