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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도끼로 내 삶을 깨워라_문정희_210904

필85 2021. 9. 4. 22:51

이 책은 프란츠 카프카의 글, ‘한 권의 책은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부수는 도끼여야 한다네.“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카프카의 말을 책 제목에 인용하여 <문학의 도끼로 내 삶을 깨워라>라고 한 것으로 미루어 볼 때, 문학에 대한 조금 무거운 이야기로 채워져 있을 것으로 나는 생각했다.

 

문정희 시인의 산문집은 나의 예상과는 달리 가볍고 감각적인 문학의 향기로 채워졌다. 이 책의 부제는 고독과 자유, 방황과 만남, 감각에 대하여. 부제가 책 내용을 잘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을 다 읽고 보니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겠다. 첫 번째, 저자는 여행지에서의 감성, 세계적으로 유명한 시인과 그 작품을 소개한다. 두 번째는 문정희 시인, 자신에 관한 이야기다.

 

시인은 30대에 뉴욕에서 공부한 것을 시작으로 많이도 돌아다녔다. 시인의 발길은 뉴욕, 독일, 멕시코, 아일랜드, 이라크의 도시와 시골을 누볐습니다. 시인은 해외에서 열린 문학축제와 문학캠프에 참가하였다. 세계 곳곳에서 몰려든 시인과의 대화와 일화는 책 속에서 샘물처럼 솟아나고 있다.

 

문정희 시인은 라이너 마리아 릴케, 프리다 칼로, 오르한 파묵, 파블로 네루다를 비롯한 우리 삶을 문학의 도끼로 깨운 예술가를 소개한다. 시인은 네루다의 시 중 나는 그녀를 사랑했고 그녀도 때로는 나를 사랑했다라는 문장을 인용하면서 이 평범한 한 구절이야말로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사랑의 구절이 아닐까라고 자문한다.

 

밤바람은 공중에서 선회하며 노래한다.

 

오늘 밤 나는 제일 슬픈 구절들을 쓸 수 있다.

나는 그녀를 사랑했고 그녀도 때로는 나를 사랑했다.“

(파블로 네루다 <오늘 밤 나는 쓸 수 있다> )

 

책 내용 중 시인 자신에 관한 이야기는 다른 주제보다 묵직하게 다가온다. 이 책을 출간했을 때가 육십을 훌쩍 넘긴 나이이니, 계획하는 삶보다는 돌아보는 삶의 이야기가 많다. ’내 몸 어디를 쥐어짜도 주르르 눈물이 쏟아져 나올 것만 같았던시절부터 이 먼 길을 걸어온 자신에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다. 살아갈 날이 많이 남은 사람도 공감할 것입니다. 책 속에 소개된 문정희 시인의 시 중 가슴에 남은 시다.

 

나의 신속에 신이 있다.

이 먼 길을 내가 걸어오다니

어디에도 아는 길은 없었다

그냥 신을 신고 걸어왔을 뿐

(문정희, <먼 길> )

 

문정희 시인이 젊은 날을 회상한다고 해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국화는 아니다. 장미에 가깝다. 그것도 아직 피울 꽃망울을 넉넉하게 가진. 시인은 지금 싸우고 근심해야 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단 한 가지뿐이다. 창의성의 고갈이나, 열정의 쇠퇴를 걱정하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고 한다.

 

   나는 문학 이야기를 할 때면 장영희 교수를 떠올린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다. 장영희 교수를 생각하면 내 삶의 옷매무새를 다잡게 된다. 나는 우연히 책꽂이에서 까맣게 잊고 지낸 스크랩북을 발견하였다. 살아가면서 도움이 되는 글을 모아놓았던 노트였다. 처음으로 오려 붙여놓았던 글이 어느 일간지에 게재된 장영희의 문학의 숲이라는 칼럼이었다.

 

2004.9.4., 척추암 선고를 받고 치료에 전념하기 위해 쓴 마지막 글이었다. 장영희 교수는 문학은 인간이 어떻게 극복하고 살아가는가를 가르친다라는 윌리엄 포크너의 노벨상 수상 인사말을 인용하였다. 나는 이후 장영희 교수의 삶에 관심을 가졌고 교수의 책을 읽기도 하면서 왜 문학작품을 읽어야 하는지에 대하여 거듭 생각했다 아직도 틈틈이 문학작품을 읽는다.

 

문학은 삶의 용기를, 사랑을, 인간다운 삶을 가르친다. 문학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치열한 삶을, 그들의 투쟁을, 그리고 그들의 승리를 나는 배우고 가르쳤다. 문학의 힘이 단지 허상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나는 다시 일어설 것이다.“

 

   독서에 관한 내용으로 글을 끝내야겠다. 문정희 시인은 살아가면서 얼떨결에 놓쳐버린 것과 얼떨결에 선택한 일 가운데 후회스러운 일이 무엇인가에 대해 작가 몇 명이 만나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고 한다. 그날 작가 모두가 공감한, 가장 아쉽고 후회스러운 일은 바로 젊은 날부터 체계적인 독서를 하지 못한 것이었다. 책을 제법 읽었던 작가들이었지만 그렇게 이야기했다는 게 나는 좀 의아했다.

 

체계적인 독서가 어떤 것인지 저자는 이야기하지 않았다. 짐작하건데, 꾸준하고 일정한 간격으로 책을 읽고 함께 토론하고 책을 주제로 글을 쓰는 독서방법을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독서력을 키우기 위해서, 책을 잘 읽기 위해서라도 읽기, 토론하기, 쓰기는 함께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나는 이 책의 부제를 참 잘 지었다고 생각한다. ‘고독과 자유, 방황과 만남, 감각에 대하여책을 통하지 않고는 좀처럼 가지기 힘든 것들이다. 얼떨결에 잡은 책과 나는 오랜 시간을 함께 했다. 앞으로도 책을 통해 더 많은 고독과 자유를 만나고 방황할 것이다. 또한, 나의 모든 감각을 열어둘 것이다.

 

 

 

https://youtu.be/K2hSUUuCS_c

 

문학의 도끼로 내 삶을 깨워라 / 한 권의 책은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부수는 도끼여야 한다

우리 시대 최고의 시인이자 수필가인 문정희 작가가 풀어놓는 문학과 삶에 관한 이야기, 아름다운 사랑과 시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문정희 시인 자신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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