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이 출현했지만 한산해진 영화관
'천 만 갈 영화'라면 하루라도 빨리 보는 게 좋지 않겠는가? 지난 주 영화관을 나선 나는 영화의 아쉬운 부분이 보였다. 예상보다는 관객 수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1592년 임진년, 일본이 파죽지세로 우리의 영토를 유린하고 왕은 한양을 버리고 북으로 달아났다. 국가의 생명이 꺼질듯 말듯한 위기 속에서 전라좌수사 이순신이 이끄는 수군이 유일한 희망이었다. 영화 <한산>은 그해 여름 한산도 앞바다에서펼쳐진 이순신 장군과 수군의 활약을 그린 영화다.
한산대첩은 견내량에 숨어있던 왜군을 한산 앞바다로 끌어내어 바다에서 배로 학익진을 펼쳐 대승을 거둔 싸움이었다. 이 싸움에서 거북선이 등장하여 적의 주력부대를 무력화시킨다. 부제 '용의 출현'은 거북선의 활약을 이르는 듯하다.
나는 왜 <한산>에 실망하였나?
이 영화는 임진왜란 중 거둔 수군의 여러 전투와 비교해서 '가장 큰 승리'라는 것 말고는 우리의 주목을 끄는 이야기 거리가 없다. <명량>(2014)의 경우, '신에게는 아직 12척이 남았다'라는 호기로운 대사와 전투를 앞두고 두려움에 떨면서 '이 두려움을 용기로 바꿀 수 있다면'이라는 대사에서 드러나는 고뇌와 같은 이슈가 있었다. 앞으로 제작 될 <노량>은 이순신 장군의 죽음이라는 이야기가 있으니 풍성한 화면으로 국뽕으로 안내할 것이다.
이에 반하여 <한산>에서 중심 소재로 등장한 학익진과 거북선은 조금 밋밋했다. 이순신 장군 역할을 한 박해일의 연기도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는 느낌이다. 해전 장면은 잘 표현하긴 했지만 CG나 모형이 포함되었을 거라는 선입견을 떨쳐낼 수 없었다. 나를 화면 속에 던져 넣기가 쉽지 않았다.
<한산>은 반천만을 넘기고 한산해질 것 같다. <헌트>가 무섭게 영화관을 사냥하고 있는 중이다. 김한민 감독은 <명량>의 성공에 힘입어 <한산>도 쉽게 천만 고지를 넘을 것 같다고 생각한 것이 아닐까? 이순신 장군의 리더쉽, 원균과의 갈등, 한산대첩의 전략과 전술, 거북선의 제조 과정, 왜군 내 세력다툼에 좀 더 다양한 변주가 필요했었다. 스토리와 반전, 격동, 탄성이 나오지 않는 영화에 관객들이 영화관을 찾지는 않는다.
<노량>을 기대해본다. 나는 감동받을 준비가 되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