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知

에세이를 써보고 싶으세요? 감각적인 글쓰기 부터

필85 2022. 12. 4. 23:06

https://youtu.be/3sXlQK12Hc4

 

당신의 글은 에세이가 아닙니다. 감각적인 글쓰기가 필요합니다.”

 

제 글을 읽어 본 에디터가 완곡하게 비평을 해주셨습니다. 감각적인 글쓰기? 도대체 어떤 글이 감각적인가?

 

  저는 밥 짓는 냄새를 이야기하면서 쌀 소비량이 줄었다,고 하였습니다. 저는 통계청 자료를 인용하였습니다. 통계청의 양곡 소비량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은 19961인당 100kg 정도의 쌀을 밥으로 지어 먹었으나, 2021년에는 57으로 줄어들었습니다. 25년 전보다 거의 반으로 줄었습니다.

 

저는 설득하려고 노력했습니다. 1인 가구가 늘고 고기와 빵, 면 중심으로 식사하는 습관 때문에 쌀 소비량이 줄어들었다고 부연설명도 하였습니다. 숫자와 논리를 통해 머리로는 이해되지만 느낌으로는 알 수 없는 글입니다.

 

다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저는 밥 냄새가 우리 삶에 주는 의미를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밥 냄새는 향기가 가져야 할 모든 것을 가졌다.’는 문장으로 시작했습니다. 이어서 파트리크 쥐스킨트가 <향수>라는 소설에서 위대한 향기는 부드러움, , 지속성, 다양함, 놀라우면서도 뿌리칠 수 없는 아름다움이 주문처럼 들어있었다.’라고 말한 대목을 인용하였습니다. 글의 말미에 밥 짓는 냄새는 땅속 수많은 미생물이 만들어 낸 다양성과 중력을 거슬려 성장하는 힘이 들어있다.’라고 하면서 가을바람의 부드러움과 황금 들판의 아름다움을 품었다.’라고 저는 글을 맺었습니다.

 

제 글을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가을바람의 부드러움과 황금 들판의 아름다움이란 도대체 뭔가? 저도 알 수 없는 말을 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쓴 추상적인 글은 읽는 사람에게 아무런 느낌도 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인터넷 서점에서 감각적인 글쓰기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하였습니다. 이렇게 찾은 책이 <에세이를 써보고 싶으세요?>입니다. 주말동안 단숨에 읽었습니다.

 

김은경 작가는 출판사에 입사해서 책 만드는 일을 했습니다. 작가는 10년을 채우면 다른 일을 시도하지 못할 것 같은 생각에 사표를 내고 작은 책방에 터를 잡았습니다. 여기서 에세이 쓰기와 교정, 교열 워크숍을 시작했습니다. 이 책은 워크숍의 결과물입니다.

 

  저는 이런 책을 처음 읽은 것은 아닙니다. 최근에는 <나의 글로 세상을 1밀리미터라도 바꿀 수 있다면(메리 페이퍼 지음), <묘사의 힘>(샌드라 거스 지음),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김정선 지음)라는 책을 봤습니다.

 

네 권의 책에서 비슷하게 강조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 번째는 일단 쓰기 시작하면 어떤 결과가 나오든 안 쓴 것보다는 나은 지점에 있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단 한 편의 글을 쓴다고 해도 저는 1밀리미터라도 달라져 있을 것입니다.

 

두 번째, ‘좋은 문장은 누가 봐도 쉽게 읽을 수 있어야 합니다. 아무리 기막힌 비유나 아름다운 우리말로 표현하더라도 독자가 술술 편하게 읽지 못하고 이해할 수 없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세 번째는 구체적으로 써야 한다,는 것입니다. ‘! 내가 얼마 전에 이런 글을 봤는데 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전해줄 만한 이야기라면 성공한글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더 자세히 이야기하자면, 사적인 스토리, 나를 드러내는 글을 쓰라고 합니다.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내용도 있습니다. 낯설게 표현하기와 유행하는 주제에 대한 글쓰기입니다. 매일 같은 일상이라도 자신만의 색안경을 쓰고, 비틀어본다면 새로운 이야기로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연습하지 않으면 절대 나올 수 없는 스킬이기 때문에 꾸준히 주변을 관찰하고 글을 써야 한다고 저자는 충고합니다.

 

유행하는 주제에 도전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최근에 저도 글쓰기 플랫폼인 브런치조용한 퇴직을 주제로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제 자신이 생각거리를 찾고 글로 표현하는 것도 좋지만 우리 사회에 던져진 문제들에 대하여 생각을 정리해 보는 것도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한 번 씩 시도해보려고 합니다.

 

  글쓰기에 대한 저의 고민과 궁금증은 끝이 없습니다. 그중 하나는 나의 문체를 만드는 것입니다. 저는 책을 많이 읽고 꾸준히 독후감을 써다 보면 저절로 도달할 줄 알았습니다. 오산이었습니다. 저자는 문체라는 것은 세상을 보는 시선에서 완성된다,라고 합니다. 자신만의 문체를 가지고 싶다면 어떻게든 세상을 보는 자신만의 시선을 길러야 합니다.

 

결국 본인만이 찾을 수 있는 것입니다. 지름길은 없습니다. 저자는 꾸준히 많이 읽고 쓰기를 권합니다. 자신의 성격과 스타일이 비슷한 문체를 찾아 필사를 해보는 것도 방법 중 하나라고 귀띔합니다.

 

  저는 글을 다시 수정하면서 쌀 소비량이 줄었다는 것은 이제 고봉밥을 볼 수 없다.’는 내용으로 대체하였습니다. 고봉밥을 언급하면서 신혼 초 처갓집에서 받았던 밥상이야기도 꺼냈습니다. 저를 드러내는 글쓰기까지 같이 해보았습니다.

 

가을바람의 부드러움과 황금 들판의 아름다움이라는 표현은 삭제했습니다. 제 능력으로는 읽는 사람에게 그 단어를 감각적으로 보여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감각적 표현공감입니다. 설득을 하거나 이해를 돕기 위한 표현은 일방통행입니다. 글을 쓴 사람과 읽는 사람이 오감 중 하나의 감각을 함께느끼는 것을 의미합니다. 감각에 대한 관찰과 표현을 더 연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