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를 써보고 싶으세요? 감각적인 글쓰기 부터
“당신의 글은 에세이가 아닙니다. 감각적인 글쓰기가 필요합니다.”
제 글을 읽어 본 에디터가 완곡하게 비평을 해주셨습니다. 감각적인 글쓰기? 도대체 어떤 글이 감각적인가?
저는 ‘밥 짓는 냄새’를 이야기하면서 쌀 소비량이 줄었다,고 하였습니다. 저는 통계청 자료를 인용하였습니다. 통계청의 양곡 소비량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은 1996년 1인당 100kg 정도의 쌀을 밥으로 지어 먹었으나, 2021년에는 57㎏으로 줄어들었습니다. 25년 전보다 거의 반으로 줄었습니다.
저는 설득하려고 노력했습니다. 1인 가구가 늘고 고기와 빵, 면 중심으로 식사하는 습관 때문에 쌀 소비량이 줄어들었다고 부연설명도 하였습니다. 숫자와 논리를 통해 머리로는 이해되지만 느낌으로는 알 수 없는 글입니다.
다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저는 밥 냄새가 우리 삶에 주는 의미를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밥 냄새는 향기가 가져야 할 모든 것을 가졌다.’는 문장으로 시작했습니다. 이어서 파트리크 쥐스킨트가 <향수>라는 소설에서 ‘위대한 향기는 부드러움, 힘, 지속성, 다양함, 놀라우면서도 뿌리칠 수 없는 아름다움이 주문처럼 들어있었다.’라고 말한 대목을 인용하였습니다. 글의 말미에 ‘밥 짓는 냄새는 땅속 수많은 미생물이 만들어 낸 다양성과 중력을 거슬려 성장하는 힘이 들어있다.’라고 하면서 ‘가을바람의 부드러움과 황금 들판의 아름다움을 품었다.’라고 저는 글을 맺었습니다.
제 글을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가을바람의 부드러움과 황금 들판의 아름다움’이란 도대체 뭔가? 저도 알 수 없는 말을 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쓴 추상적인 글은 읽는 사람에게 아무런 느낌도 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인터넷 서점에서 ‘감각적인 글쓰기’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하였습니다. 이렇게 찾은 책이 <에세이를 써보고 싶으세요?>입니다. 주말동안 단숨에 읽었습니다.
김은경 작가는 출판사에 입사해서 책 만드는 일을 했습니다. 작가는 10년을 채우면 다른 일을 시도하지 못할 것 같은 생각에 사표를 내고 작은 책방에 터를 잡았습니다. 여기서 에세이 쓰기와 교정, 교열 워크숍을 시작했습니다. 이 책은 워크숍의 결과물입니다.
저는 이런 책을 처음 읽은 것은 아닙니다. 최근에는 <나의 글로 세상을 1밀리미터라도 바꿀 수 있다면(메리 페이퍼 지음), <묘사의 힘>(샌드라 거스 지음),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김정선 지음)라는 책을 봤습니다.
네 권의 책에서 비슷하게 강조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 번째는 일단 쓰기 시작하면 어떤 결과가 나오든 안 쓴 것보다는 나은 지점에 있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단 한 편의 글을 쓴다고 해도 저는 1밀리미터라도 달라져 있을 것입니다.
두 번째, ‘좋은 문장’은 누가 봐도 쉽게 읽을 수 있어야 합니다. 아무리 기막힌 비유나 아름다운 우리말로 표현하더라도 독자가 술술 편하게 읽지 못하고 이해할 수 없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세 번째는 구체적으로 써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 내가 얼마 전에 이런 글을 봤는데 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전해줄 만한 이야기라면 성공한’ 글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더 자세히 이야기하자면, 사적인 스토리, 나를 드러내는 글을 쓰라고 합니다.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내용도 있습니다. 낯설게 표현하기와 유행하는 주제에 대한 글쓰기입니다. 매일 같은 일상이라도 자신만의 색안경을 쓰고, 비틀어본다면 새로운 이야기로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연습하지 않으면 절대 나올 수 없는 스킬이기 때문에 꾸준히 주변을 관찰하고 글을 써야 한다고 저자는 충고합니다.
유행하는 주제에 도전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최근에 저도 글쓰기 플랫폼인 ‘브런치’에 ‘조용한 퇴직’을 주제로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제 자신이 생각거리를 찾고 글로 표현하는 것도 좋지만 우리 사회에 던져진 문제들에 대하여 생각을 정리해 보는 것도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한 번 씩 시도해보려고 합니다.
글쓰기에 대한 저의 고민과 궁금증은 끝이 없습니다. 그중 하나는 ‘나의 문체’를 만드는 것입니다. 저는 책을 많이 읽고 꾸준히 독후감을 써다 보면 저절로 도달할 줄 알았습니다. 오산이었습니다. 저자는 ‘문체’라는 것은 ‘세상을 보는 시선’에서 완성된다,라고 합니다. 자신만의 문체를 가지고 싶다면 어떻게든 세상을 보는 자신만의 시선을 길러야 합니다.
결국 본인만이 찾을 수 있는 것입니다. 지름길은 없습니다. 저자는 꾸준히 많이 읽고 쓰기를 권합니다. 자신의 성격과 스타일이 비슷한 문체를 찾아 필사를 해보는 것도 방법 중 하나라고 귀띔합니다.
저는 글을 다시 수정하면서 쌀 소비량이 줄었다는 것은 ‘이제 고봉밥을 볼 수 없다.’는 내용으로 대체하였습니다. 고봉밥을 언급하면서 신혼 초 처갓집에서 받았던 밥상이야기도 꺼냈습니다. 저를 드러내는 글쓰기까지 같이 해보았습니다.
‘가을바람의 부드러움과 황금 들판의 아름다움‘이라는 표현은 삭제했습니다. 제 능력으로는 읽는 사람에게 그 단어를 감각적으로 보여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감각적 표현‘은 ’공감‘입니다. 설득을 하거나 이해를 돕기 위한 표현은 ’일방통행‘입니다. 글을 쓴 사람과 읽는 사람이 오감 중 하나의 감각을 ’함께‘ 느끼는 것을 의미합니다. 감각에 대한 관찰과 표현을 더 연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