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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너무 뻔한데,라고 생각한 hunt가 보여 준 아픈 이야기_결말 포함

필85 2022. 12. 18. 23:14

<HUNT>(2022)는 뒤로 갈수록 첩보 액션물로만 볼 수 없는 영화다. 나는 포스터와 예고편을 보고서는 안기부 내 북한의 첩자를 찾아내는 영화인 줄 알았다. 박평호(이정재) 차장 아니면 김정도(정우성) 차장, 둘 중 한 명이다. 시작부터 나는 첩자 찾기에 몰두했다. 감독은 관객들이 영화 초반에 김정도 차장이 북한의 스파이 '동림'이라고 예측 할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이거 너무 뻔한데,라고 생각할 즈음에 반전을 보여준다. 우리가 생각한 사람이 스파이가 아니었다. 그런데 김정도 차장도 박평호 차장과 같은 목표를 지닌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 목표란 바로 대통령 암살이다. 마지막에는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서로 총구를 겨누는 사이가 되지만 누구도 성공하지 못했다. 쓸쓸한 결말이다.

 

  안기부에 스파이가 있었는지는 우리는 알 수 없다. 나머지 사건들은 한국 현대사를 그대로 가져왔다. 그래서 보는 내내 불편했다. 광주사태와 학생 고문, 간첩 조작 사건, 테러를 재현하였다. 분단의 비극과 이것을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한 위선자들의 모습을 영화는 보여줬다.

 

  감독으로서의 이정재와 배우로서의 이정재를 동시에 보는 재미가 있다. 이정재가 너무 우뚝 서지 않도록 '정우성'이라는 배우가 균형을 맞췄다. 두 사람만 너무 튀는 게 아닌가 하는 순간, 황정민, 주지훈, 김남길, 박성웅, 이성민, 유재명이 등장했다. 모두 주연급 배우들이다. 액션을 보는 만큼 '니가 왜 거기서 나와'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스토리와 배우, 액션이 잘 갖춰진 영화다. 평점도 8.8점이다. 러닝타임 125분이 지루하지 않다. 이정도면 500만 이상은 가야되는 것 아닌가? 누적 관객이 435만명이라고 하니 대흥행이었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손익분기점은 맞춘 것 같다.

 

대흥행을 이루지 못한 이유가 있다. 우리가 아는 아픔을 특별하지 않게 그렸기 때문일 것이다. 역사적 사건에 대한 창의적인 해석과 통찰력은 없었다.

 

그래도 나는 이 영화가 좋다. 바쁜 일상에 휴전선은 유효하다는 것을 잊을 때가 있다. 몇십년 전의 아픈 사건들이 왜 발생했는지 잊을 때가 있다. 한 번씩 들춰봐야 한다. 왜냐하면 그런 일들이 지금의 우리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정재 감독이 후속 편을 내놓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