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知

영화가 재미있어 진다

필85 2023. 3. 5. 21:27

https://youtu.be/sAvxXi-Bk1o

 

재미있다, 감동적이다,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배우의 연기가 좋았다.

 

제가 적은 영화 감상문에 단골로 등장하는 문장입니다. 재미있다,는 말만큼 재미없는 말이 있을까요? 감동의 이유를 말하지 않고 감동적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밍밍한 표현이 있을까요? 제 블로그에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게시한 감상문이 163편입니다. 분석이나 해석, 통찰력은 찾아볼 수 없고 느낌만 가득한 문장, 반복되는 고리타분한 표현을 보고 저는 스스로 한심하다고 느꼈습니다.

 

  ‘영화를 잘 알게 되면 보는 것이 달라지고 생각과 표현도 넓어지고 깊어질 것입니다. 제 나름대로 영화를 두 부분으로 나누었습니다. 하나는 3차원 현실 공간을 2차원 화면으로 옮기는 시각화부분, 나머지 하나는 영화가 담고 있는 서사, 시나리오입니다. 카메라를 활용한 촬영기법을 소개하는 책을 먼저 읽기로 마음먹고 인터넷 서점을 검색하였습니다. <영화 연출론 shot by shot>(시공사)이라는 책을 찾아냈습니다.

 

영화 프로듀서이자 감독인 스티븐 D. 캐츠는 자신의 책을 (shot)의 흐름에 대한 것이라고 소개하였습니다. 카메라 앞의 공간이 지니는 3차원적 현실과 필름 및 화면 위의 2차원적 재현 사이에서 발생하는 실제적인 관계를 탐구하겠다고 목적을 밝혔습니다. 평면에 공간을 보여주는 기법을 설명한 책이라고 이해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관객은 영화를 현실로 인식하게 됩니다.

 

4부로 구성된 책에서, 저자는 시각화 과정과 도구들, 숏의 종류와 촬영기법, 편집 방법을 이론적으로 설명합니다. 실습 부분도 있습니다. 인물 간 대화 장면의 촬영 방법, 이동하는 장면에서 카메라 움직임, 장면전환 기법을 그림과 사진으로 설명합니다. 책에 실린 이미지만 800여 장입니다.

 

이 책은 우리나라에서 1998년에 초판 발행되었습니다. 너무 오래전에 발행된 책이라서 요즘의 영화 촬영 이론을 반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저는 짐작했습니다. 책을 읽어나가는 동안 제 생각이 잘못된 것을 알았습니다. 두고두고 읽어야 하는 책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영화제작자들이 교과서라고 부르는 이유를 알겠습니다.

 

<영화 연출론>은 작년 10월에 개정 증보판이 나왔습니다. 저는 그 전에 초판 26쇄 본을 사두었다가 이제야 읽었습니다. 글자 크기도 작고(휴면명조체 9포인트 정도), 전문서적이라고 생각되어서 손에 잡지 못하고 머뭇거리고 있었습니다. 요즘 새롭게 영화 감상문을 쓰는 재미를 붙이고 나서는 제 글을 더는 봐줄 수가 없어서 공부한다는 생각으로 읽었습니다.

 

  저는 스토리보드를 설명하는 부분이 인상 깊었습니다. 저자는 스토리보드 설명에 많은 지면을 사용했습니다. 위대한 영화감독 알프레드 히치콕은 스토리보드만 제대로 그리면 감독은 렌즈를 볼 필요가 없다고 말할 정도로 스토리보드를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스토리보드를 강조하는 감독이 있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별명은 봉테일입니다. 영화 <기생충>의 스토리보드를 찾아보니 봉 감독의 디테일 수준에 탄성이 절로 나왔습니다. 봉 감독은 직접 스토리보드를 그리기로 유명합니다.

 

저자는 스토리보드가 감독이 자신의 생각들을 시각화하는 데 있어서 가장 유용한 도구이며 그가 맡은 일과 가장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라고 하였습니다. 그는 스토리보드를 사용하는 목적을 두 가지로 설명합니다. 하나는 감독의 생각을 시각화하여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도록 하면서 정교하게 만들어줍니다. 또 다른 목적은 제작팀의 전 구성원에게 아이디어를 소통시키는 가장 명확한 언어로 쓰입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유튜브에서 영화의 기본 지식을 알려주는 영상을 챙겨보았습니다. 많은 고수가 영화 용어와 촬영기법에 대하여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었습니다. 영상 중, 평론가 이동진의 영화학 강의를 추천합니다. 침착맨의 유튜브에 출연한 이동진 평론가의 영화 이야기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았습니다.

 

  이 책에서 제가 건진 단어는 시각화(Visualization)’입니다. 저자는 시각화를 마술과 같은 단어라고 소개합니다. ‘시각화는 꿈을 현실로 전환하거나, 상상한 것을 가시화시키는 일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앞으로 영화를 보게 되면 감독이 어떤 생각을 제게 보여주려고하였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제가 시각화라는 단어를 좋아하는 이유는 개인적인 삶에서도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현재를 충실하게 사는 방법의 하나는 미래의 모습을 시각화하는 것입니다. 목표를 시각화하고 그 과정을 즐기면 좋겠죠? 어떻게 시각화할지는 더 생각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