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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대를 통과하지 못한 공은 다시 내게 온다, 리바운드

필85 2023. 4. 27. 08:15

영화 <리바운드>(장항준 감독)를 볼 수밖에 없었다.

 

첫째, 내가 사는 아파트와 붙어있는 중앙고등학교에서 촬영했기 때문이다. 촬영을 위해 아파트 주차장도 며칠 내줬다. 영화사에서는 아파트 주민에게 종량제 봉투를 나눠줬다. 중앙고등학교 대강당은 선거 때마다 투표장소로 활용하는 공간이다. 나도 서너 번 투표 종사원으로 근무한 적이 있다. 금방이라도 퉁퉁 농구공 튀는 소리가 들릴 듯 널찍한 체육관은 서늘하면서도 정감이 넘치는 공간이었다. 연기자들이, 선수들이 체육관에 흘린 땀방울이 그대로 영화에 묻어난다고 생각하니 궁금증이 더했다.

 

중앙고등학교 실내체육관 전경

 

두번째, 영화를 본 이유는 김은희 작가가 시나리오에 손을 대었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장항준 감독이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는데 옆에서 슬쩍 보던 김은희 작가가 자기가 고쳐도 되냐고 물었다고 한다. 장항준 감독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이게 웬 떡이냐! 

 

내가 김은희 작가를 주목한 것은 TV드라마 <시그날>(2016)부터다. 다른 시간대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에서 느끼는 쓰릴감과 이어지지 않는 사랑에 대한 애틋함 때문에 방영시간을 마음 졸이며 기다렸다. 또 다른 대표작은 넷플에서 방영한 <킹덤>(2019)이다. 빠른 줄거리 전개로 인해 몰입감이 최고였다. 

 

드라마 <시그널> 포스터

 

마지막은 농구에 대한 관심이다. 딸이 나서서 예약을 한 것은 농구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이노우에 다케히코 감독) 공이 컸다. 농구에 전혀 관심 없었던 딸이 애니메이션 영화를 보고 만화책 전권을 구입했다. 짠돌이 딸이 자기돈으로 구입했다. 나는 나중에 빌려보기로 했다.

 

  <리바운드>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실로 기적같은 일이었다. 해체위기에 처한 고등학교 농구부의 코치를 그 학교에서 공익으로 근무하던 젊은이에게 맡겼다. 신임 코치는 중앙고등학교 출신으로 한때 전국 농구를 재패한 경험이 있었다. 그에게는 다시 예전의 명성을 되찾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

 

코치는 선수를 직접 스카웃했다. 중학교에서 유망주를 발굴하기도 하고, 길거리 농구를 하는 청년을 꼬시기도 했다. 부푼 기대를 안고 출발했지만 처음 나간 대회에서 첫 경기도 제대로 치르지 못하고 쫓겨났다.

 

첫 대회에서 몰수패를 당하고 경기장에서 쫓겨난 중앙고등학교 선수단

다시 문을 닫게 된 체육관에서 코치는 자신이 쓴 농구일지를 펼치다가 우연히 '리바운드'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그래 다시 시작하는 거야! 고통스러운 훈련 뒤 협회장기에 참가하여 준우승을 거머쥐었다. 참가 선수는 6이었다. 1명이 예선전에서 부상을 당해 5명이 교체선수 없이 뛰었다. 중앙고등학교가 그해에 준우승을 한 것은 기적이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당시 언론에도 대서 특필되었다고 한다.

 

안재홍의 어눌한 사투리와 깜찍한 연기가 감칠맛을 더했다.

 

  딸이 뒷 이야기를 해줬다. 그때 결승에서 맞붙은 용산고 허훈 선수는 대회 MVP를 수상했다. 가장 빛나야 할 선수임에도 불구하고 중앙고등학교 뉴스에 묻혀 버렸다고 하소연했단다. 딸은 영화를 한번 더 봤다. 나보다 더 농구를 좋아하는 듯. 아니다. 농구 영화나 애니메이션만 좋아할 수도...

 

- 슛 쏴도 안 들어갈 때가 있다 아이가, 근데 그 순간 노력에 따라 기회가 다시 생기기도 한다. 그걸 무라고 하노?

- 리바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