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먹부림 1일차
오늘 점심은 떡라면이다. 젓가락질을 시작하고 나서였다. 요즘 물가가 많이 올랐다면서 집사람이 말을 꺼낸다.
"고속도로 휴게소에 가면 떡 라면 한 그릇에 7~8천 원은 할 거야"
"무슨 말? 아무리 그렇지만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 5~6천 원하겠지"
딸과 아내 사이 가벼운 언쟁 끝에 내기를 하기로 했다. 휴게소에서 소떡은 국룰, 지는 사람이 소떡을 사기로 했다.
진주 부근, 문산 휴게소에 도착하자마자 식당으로 뛰어갔다. 떡라면 5,000원. 딸의 승리다. 소떡 하나를 사서 사이좋게 나눠먹었다.
우리 가족은 이른 여름휴가를 떠나기로 했다. 이곳저곳을 고르다가 여수를 택했다. 3년 전 코로나가 극성을 부리기 전에 다녀온 적이 있었다. 코로나로 집에만 있다 처음 가는 여행지가 다시 여수다. 그때 먹었던 간장게장, 하모 회와 샤브샤브의 기억이 좋아서 다시 가기로 했다.
딸이 여행 컨셉을 정했다. "여수 먹부림" 여행 떠나기 전날 여수 맛집 네 곳을 정했다고 내게 통보했다. 운전은 나의 몫.
세 시간가량 운전하고 도착한 숙소는 지난번에 다녀갔던 호텔보다 업그레이드되었다. 4성급 '여수 베네치아 호텔'이다. 평일이라 손님이 적었든지 바다가 온전하게 보이는 곳으로 배정되었다.
<호텔에서 바라본 오동도와 소마 호텔>
저녁 메뉴는 육회와 사시미였다. 번화가에 적당한 곳에 주차를 했다. 소도시의 장점 중 하나는 도로 곳곳에 눈에 띄는, 빈 곳에 주차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수 좋게 차를 대고 들어간 식당 이름은 '육회 밤바다'였다.
육회와 사시미 세트와 육회 비빔밥을 주문했다. 한쪽은 육회가 동그란 모양으로 담겨있고 채로 썰어놓은 배와 무순, 치즈가 함께 나왔다. 나머지 반은 사각형으로 잘린 사시미가 널찍한 쟁반에 담겨 나왔다.
<육회와 사시미 세트 B>
육회 맛은 내게 익숙했다. 부산에서 어쩌다 먹는 냉동육회와는 질감이 달랐다. 배의 단 맛, 해동하면서 스며든 고기에 스며든 차가운 맛, 물 맛이 배제된 고기 자체의 질겅거림이 입 속을 채웠다.
문제는 앞다리 사시미였다. 표현하기에 애매한 고기 맛이었다. 아무 맛도 없는 맛, 기존의 어떤 맛과도 비교할 수 없는 맛이었다. 딸과 토론 후에 내린 결론은 동물의 왕국에서 사자가 사슴의 앞다리를 뜯는 맛이라고 결론 내렸다.
디저트를 정했다. '여수당'이라는 곳인데 쑥 아이스크림으로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테이크 아웃으로 두 개를 사서 길가에 차를 두고 먹었다. 소도시의 여유로움이다. 넓은 차선에 차를 한 곳에 세워두고 맛이 이렇니 저렇니 품평하면서 아이스크림 떠먹기.
딸의 오늘 저녁 미션은 '새벽에 여수바다 보면서 맥주 마시기'였다. 시간을 바꿨다. '댄스가수 유랑단'을 보면서 캔을 땄다. 웃고 마시는 가운데 프로그램이 끝나고 다음 주 예고가 나왔다. 유랑단이 여수를 방문했다. 밥 먹는 모습도 공개되었다. 내일 우리 가족이 가려는 경도회관이었다. 너무 복잡할 것 같은 예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