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난 체 하지 않는 표충사
산사의 저녁은 세속의 밤 보다 깊다. 휴대폰 속 카메라는 노을이 지고 있는데 옆을 둘러보니 암흑이다. 여기에는 가로등도 설치되어 있지 않다. 저녁 공양을 마치고 한 바퀴 돌았다. 사찰 내 산책을 하며 표충사의 겸손을 떠올린다. 화엄사, 완주 송광사, 직지사, 통도사, 해인사, 최근 며칠 묵거나 관람한 사찰들은 자신을 자랑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국보와 보물을 실물로 보여주었다. 탑과 탱화, 주련, 석등에 깃든 특이한 양식과 정신, 역사에 장황한 해설까지 관람객을 주눅들게 만들었다. 여러분, 탑의 기단부 양식에 대해서는 들어보셨죠?대웅전에 모셔진 부처님의 손 모양을 잘 보세요. 어딘가 낯설지 않나요?벽화를 잘 보세요. 우리가 잘 아는 부처님의 이야기가 담겼습니다. 눈치채셨나요? 사찰에 들어오면 내가 가진 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