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롭게 쓴 글 80

밥만 먹고 살 수는 없는지? 쌀농사 재촉하는 봄비를 보며 생각한다

주말에 서울 갈 일이 있어 KTX 창가에 자리 잡았다. 나는 기차를 탈 일이 있으면 창가를 택한다. 가까이 또는 먼 거리에 펼쳐진 도시와 마을, 산의 풍경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KTX를 타면서 바라보는 풍경 중 최고는 해질녘 낙동강 풍경이다. 서울에서 볼 일을 마치고 부산으로 내려오는 시간은 계절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6시 부근이면 좋다. 대구를 지나면 오른쪽에 낙동강의 풍경을 파노라마처럼 볼 수 있다. 지는 해의 너그러움을 품은 강물은 내게 그리움을 불러일으킨다. 강변에 자리잡은 작은 집이라도 눈에 들어오면 그 집에 내 집인 것 같다. 창밖에 비치는 풍경은 늘 새롭다(출처: pixabay) 열차가 출발하자마자 누군가가 자꾸 창문에 빗금을 치고 있다. 봄비다. 오늘 내리는 봄비는 선물이다. 요 ..

아무 일 없었던 2022, 아무 일 없길 2023

"올해 있었던 일 중, 탑 2를 뽑아서 발표해 주세요" 모임을 주관하는 디렉터가 요구했다. 모임에는 드레스 코드도 있었다, 블랙 & 레드. 나는 검은색 양복과 코트를 갖춰 입었지만 빨간색은 맞출 길이 없었다. 소심하게 빨간 손수건만 챙겼다. 12월 첫째 토요일, 스무 명의 참석자들이 한껏 멋을 냈다. 베스트 드레서는 검은 양복에 진한 빨간색 양말을 착용한 남성이 차지했다. 디렉터의 요청으로 올 한 해를 돌아봤다. 내게 일어났던 일 중, 첫 번째 사건은 글 쓰는 재미를 알게 된 것이었다. 독후감은 이십 년 넘게 써왔지만 에세이라고 할 만한 글을 쓴 적은 없었다. 올해 4월에 글쓰기 플랫폼인 '브런치'에 가입하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여기에서는 책보다는 생활 주변의 이야기나 경험, 나의 생각을 먼저 꺼냈다...

에어프라이어 두 대를 굴리면서 알게 된 것, '맛은 향이다.'

요즘 주방 대세 가전은 ‘에어프라이어’다. 뜨거워진 공기가 내부를 순환하면서 음식을 익히는 에어프라이어는 가정의 요리 방식을 바꿀 정도로 널리 퍼졌다. 에어프라이어 전용 포장 음식이 나오는가 하면 별도의 레시피도 있다. 최근에는 바비큐나 꼬치구이를 할 수 있는 기기를 장착한 기기도 있다고 한다. 어떤 것은 ‘통돌이 오븐’처럼 사용할 수도 있다고 한다. 우리 집에는 이 기계가 두 대다. 냄새 때문이다. 처음에 이 놀라운 기계를 구입하고 다양한 음식을 요리, 조리했다. 인터넷에서 다른 사람이 하는 요리를 보고 따라 했다. 그 결과 냄새가 쌓였다. 기름 냄새를 기본으로, 닭고기 냄새가 메인으로 차지하였다. 이에 덧붙여 마늘 냄새, 감자 냄새, 탕수육 냄새, 만두 냄새가 뒤섞였다. 더 강한 재료를 ‘에어 프라이..

김밥 한 줄 담아주세요! 나는 왜 포장해달라고 하지 않았을까?

난 김밥을 '포장'해 달라고 하지 않고 '담아주세요'라고 주문했다. 왜 그랬을까? 김밥 한 줄에 2,500백 원, 너무 싸기 때문이었을까? 점심시간, 검은 비닐을 열어보니 은박지에 쌓인 김밥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얀 쌀밥 가운데 단무지, 시금치, 어묵, 계란 지단이 옹기종기 모였다. 소시지와 햄은 없다. 친절한 주인 아주머니가 김밥 위로 깨소금을 흩뿌려 놓았다. 단무지 세 개가 따로 포장되었다. 열 개의 토막 난 김밥이 누군가의 점심식사가 될 것이다. 식사가 끝났다. 남은 것들은 아기 손으로 한 주먹도 되지 않는다. 설거지 할 것도 없다. 참 간소하다. 제품 과대 포장 물건 값이 비쌀 수록, 선물하는 상대가 귀할수록 포장은 화려하다. 명절 연휴 마지막 날, 아파트 경비실 근처에 모아놓은 포장박스는 언덕을..

삶이란 경험의 총체이다.

회피하고 싶은 일을 마주해야만 할때 내게 주는 '자기 위안'을 위한 한마디이다. '삶이란 경험의 총체이다.' 회피보다는 당당하게 그 사람 또는 그 일을 마주함으로써 내가 얻게 되는 것이 충분히 의미있고 내 삶을 풍요롭게 한다는 것이다. 삶이란 것은 일련의 경험이다. 새로운 경험을 하면 이제까지 내게 없던 새로운 생각이 일고 생각이 굳어지면 신념 비슷한 것이 형성되면서 행동까지 연결될 수 있다. 새로운 경험만이 좋을까? 그것은 아니다. 지속적이고 흔들리지 않는 일상, 계획된 일의 완수, 매일 또는 일주일마다 해야 할 일을 수행하는 것, 그것 또한 중요하다. 일상은 새로운 경험으로 얻는 것 보다 더 굳고 튼튼한 나의 정체성을 만들어 준다. 경험이란 이렇듯 중요하지만 누구나 풍요로운 삶을 사는 것은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