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김밥을 '포장'해 달라고 하지 않고 '담아주세요'라고 주문했다. 왜 그랬을까? 김밥 한 줄에 2,500백 원, 너무 싸기 때문이었을까?
점심시간, 검은 비닐을 열어보니 은박지에 쌓인 김밥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얀 쌀밥 가운데 단무지, 시금치, 어묵, 계란 지단이 옹기종기 모였다. 소시지와 햄은 없다. 친절한 주인 아주머니가 김밥 위로 깨소금을 흩뿌려 놓았다. 단무지 세 개가 따로 포장되었다. 열 개의 토막 난 김밥이 누군가의 점심식사가 될 것이다. 식사가 끝났다. 남은 것들은 아기 손으로 한 주먹도 되지 않는다. 설거지 할 것도 없다. 참 간소하다.
제품 과대 포장
물건 값이 비쌀 수록, 선물하는 상대가 귀할수록 포장은 화려하다. 명절 연휴 마지막 날, 아파트 경비실 근처에 모아놓은 포장박스는 언덕을 만들었다. 매년 명절 기간에 정부는 과대 포장 단속에 나서지만 단속의 효과는 '글쎄'다. 지난해 추석에는 1만 1417개, 올 설에는 1만 2049개 제품을 점검했다고 한다. 적발은 각각 77건과 55건에 불과했으며 과태료를 부과한 제품은 적발 건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고 한다.
정부의 규제를 기업들은 보기 좋게 비껴나고 있는 것이다. 과대 포장을 판단하는 기준은 포장 크기, 포장 횟수, 포장 재질, 세 가지다. 이들은 모두 법적인 규제 기준이 있다. 예를 들어 포장 크기는 전체 제품에서 포장 공간이 차지하는 비율(포장 공간 비율)로 규제한다. 화장품류(두발 세정용·향수 제외)는 10% 이하, 가공식품과 세제류 15% 이하, 1차 식품 등 종합제품 25% 이하다. 선물세트 포장 횟수는 법에서 대부분 2회 이내로 규정하고 있다. 의류만 1회로 제한된다.
기업들은 규제 중 정확하게 명시되지 않은 사항과 예외 규정을 충분하게 활용하고 있다. 한과세트의 경우, 플라스틱 상자와 종이 포장재를 내용물(한과) 규격에 딱 맞게 만든다. 실제 포장 공간 비율이 제과류 기준인 20% 이하를 위반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다. 현실은 다르다. 소비자는 한과세트 하나를 뜯고 나면 '도대체 이게 뭔가', 싶을 정도로 종이와 플라스틱이 한 박스다.
과일 선물세트에서 과일 받침으로 사용되는 스티로폼 포장도 문제다. 제품을 완전히 둘러싸야 '포장'이라고 인정한다. 따라서 몇 겹씩 과일을 감싸도 포장 횟수에 위반되지 않는다. 낱개 제품을 다시 묶어 놓은 세트 제품도 포장 횟수에 제외된다. 영양제 세트나 화장품 포장에서 교묘하게 활용한 사례를 흔히 발견할 수 있다.
과대포장에 불을 붙인 것은 코로나시국이다. 포장 상자에 다시 택배 상자가 추가되었기 때문이다. 이미 포장 박스에 물건이 잘 담겨있지만 다시 규격화된 택배 상자에 담아야 물건이 배달되는 시스템이다. 이러다 보니 아파트 경비실 옆 재활용 쓰레기는 언덕을 넘어 산을 이루었다.
법과 규제로만 이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근본적으로 소비자와 생산자의 인식이 개선되어야 한다. 정부는 얼마나 많은 자원을 낭비하고 있는 것인가를 효과적으로 잘 알려주고 우리는 좀 더 진지하게 받아들여햐한다. 조그만 것부터 고쳐나가야 할 것이다.
인간 과대 포장
물건 포장을 이야기하다보니 나는 어떤가, 하고 살펴보게 되었다. PR(Public Relations)은 옛말이고 요즘은 PB(Personal Branding)이라는 말을 더 많이 쓰는 것 같다. 자기 자신을 상품화시켜 알리는 것이다. 이로써 취하는 이득이 있다. 구독자, 팔로우를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는 가에 따라 직접적인 광고수익을 낼 수도 있고 간접적인 소득을 창출할 수도 있다.
나도 나를 포장하기 위해 노력한다. 누가 좀 봐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글을 쓰고 영상을 게시한다. 아직은 천 원 한 장 수입이 없지만 1년 반 동안 유튜버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언젠가는 수익이 나겠지 하는 기대감과 나 자신이 성장하는 느낌을 가지기 때문이다.
수익이 생기는 시점은 가늠할 수 없다. 나는 3년 정도 더 계속해서 적은 금액이라도 수익이 나기를 기대한다. 어제(2022.10.4.) 구독자 300명을 넘어섰다. 희망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는 유튜버 운영자가 고맙다. 내가 유튜버를 계속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유튜버가 나를 성장시키기 때문이다. 기술적으로 영상을 구성하고 편집하는 기술이 미세하게 늘고 있고 독서를 전투적으로 계속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포장 활동을 하면서 내가 가장 주의하는 것은 '과대포장'이다. 하지 않은 것을 했다고 하지 말고, 내 능력 이상을 보여주지 말아야 한다. 포장 크기, 포장 횟수, 포장 재질을 준수한다. 나중 수익이 안 나더라도 할 수 없다. 안 나면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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