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주방 대세 가전은 ‘에어프라이어’다. 뜨거워진 공기가 내부를 순환하면서 음식을 익히는 에어프라이어는 가정의 요리 방식을 바꿀 정도로 널리 퍼졌다. 에어프라이어 전용 포장 음식이 나오는가 하면 별도의 레시피도 있다. 최근에는 바비큐나 꼬치구이를 할 수 있는 기기를 장착한 기기도 있다고 한다. 어떤 것은 ‘통돌이 오븐’처럼 사용할 수도 있다고 한다.
우리 집에는 이 기계가 두 대다. 냄새 때문이다. 처음에 이 놀라운 기계를 구입하고 다양한 음식을 요리, 조리했다. 인터넷에서 다른 사람이 하는 요리를 보고 따라 했다. 그 결과 냄새가 쌓였다. 기름 냄새를 기본으로, 닭고기 냄새가 메인으로 차지하였다. 이에 덧붙여 마늘 냄새, 감자 냄새, 탕수육 냄새, 만두 냄새가 뒤섞였다. 더 강한 재료를 ‘에어 프라이’하지 않으면 모든 향은 앞의 요리가 그것을 먹어 치웠다.
가장 연약한 녀석은 빵, 쿠키 종류였다. 향을 잃어버린 빵과 쿠키는 코를 막고 마시는 포도주와 같았다. 이때의 포도주는 붉은 자줏빛의 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맛은 엄밀한 의미에서 ‘향’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어느 날, 딸은 쿠키가 하고 싶어졌다. 딸이 정성 들여 빚어 놓은 반죽을 깡패 같은 놈에게 맡길 수는 없었다. 과감하게 에어프라이어를 한 대 더 장만했다. 처음에는 제대로 된 맛과 향이 나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폭신폭신한 솜털과 캐러멜 냄새가 더 진해졌다. 아쉬운 것은 수요자의 욕구는 아랑곳하지 않고 공급자인 딸이 자기가 마음 내킬 때만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요즘 쿠기는 오븐으로 갈아타고 새로 산 에어프라이어를 생선구이 전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냄새로 치자면 가장 강력한 놈이다. 그를 누를 자가 없다.
*사진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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