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롭게 쓴 글

70되면 양로원 가겠다는 내 말에 시집 가지 않겠다는 딸의 말

필85 2018. 12. 23. 23:42

사직실내체육관에서 딸과 함께 수영을 하고 방전된 체력을 보충하기 위해 돼지국밥집에서 배를 가득 채우고 집으로 돌아가는 차안에서였다.


어쩌다가 나온 이야기 끝에 나는 퇴직하면 사무실을 하나 차려서 출퇴근을 하길 원한다고 했다. 책도 읽고, 공부도 하고, 음악도 듣고 사람도 만나는 생활을 70까지 하고 이후에는 양로원 같은 곳에 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내 말에 대학교 입학을 앞둔 딸은 자기는 결혼을 안할 건데 아빠가 왜 양로원에 들어가냐면서 토를 달았다. 처음에는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몰랐지만 곧 그 뜻을 알아차렸다.


이후에는 결혼에 대한 이야기로 대화를 이어갔다. 나는 결혼도 해보고 자식도 낳아봐야 성장한다고 하고 딸은 관심없다면서 고양이나 키우겠다고 했다.


70 이후 노쇠한 모습의 내가 어떤 삶의 방식을 택할지는 모르겠지만 딸이 내게 해 준 오늘의 말을 그 즈음에 한번 되새겨본다면 미소가 떠오를 것이다.


그때 기회가 되면 딸에게 이 글도 보여 줄 것이다. 엄마손돼지국밥집의 수백과 요구르트 디저트, 식당에서 파는 하드로 입가심한 것까지 이야기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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