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내게 막걸리 심부름을 시키곤 했다.
몇 백원을 들고 도가에 주전자를 들고 가면
넉넉한 아주머니는 주전자를 가득 채워주셨다.
오는 길에 주전자가 찰랑거려 길바닥에 흘릴까봐
주전자 주둥이에 내 주둥이를 대고 '쪽'하고 (맹세코) 한 모금만 빨아들였다.
늘 그랬었지만 보는 사람은 없었다.
부엌에 들어서면 엄마는 엄마 몫을 따로 한 종지 들어냈다.
가끔씩 사이다를 타서 내게도 주곤 하셨다.
엄마는 공범이 필요했던 것이리라.
명절을 맞이 할때면 집에서 술을 만들기도 했다.
방 구석에 묻어둔 옹기에서 풍겨나오는 시쿰한 향기에 못이겨
헝겊을 걷어내고 둥둥 뜨는 밥알 비슷한 것을 퍼 먹었다.
그날 하루종일 방바닥에 얼굴을 박고 잠을 잤던 기억이 있다.
술이 이렇게 좋은 것인 줄 그때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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