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

목숨은 호흡하는 사이에 있다.

필85 2011. 9. 26. 20:44

 

목숨은 호흡하는 사이에 있다

(2011.6.12. 밀양강 수영대회)


대회를 마치자마자 다음 대회를 준비했던 태화강 수영대회는 취소되었다. 이번에는 밀양강이다. 늘 그렇듯이 작년대회가 끝나고 한 동안은 훈련계획 다시 세우고 몇 달간 열심이었지만 얼마가지 못했다. 어영부영하는 사이에 대회가 코앞에 닥치고 대회 하루 전 직장 회식 때문에 술까지 마시고 늦게 잠들었다.


밀양은 울산보다 가까웠다. 날씨도 뜨겁지 않았다. 우리 동호회에 배정된 텐트아래 짐을 풀어놓고 코스를 따라 천천히 걸어 보았다. 태화강보다 굴곡이 심하지 않아서 좋았다.


마지막 시간대인 오후 1시에 나는 입수했다. 출발신호가 울렸다. 난 초반부터 힘을 내어 선두그룹에 포함되어 페이스를 유지하면 좋은 기록을 낼 수 있으리라고 기대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우선 다른 선수들과 몸싸움을 벌이지 않으면서 선을 따라서 최단거리로 수영하려고 했다. 출발 직후부터 정상적인 오른쪽 호흡 보다는 머리를 앞으로 들면서 전방을 주시하는 호흡을 계속하였다.


잘못된 수영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다. 출발 후 50미터도 가지 못해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체력도 급격하게 떨어졌다. 천천히 오른쪽 호흡을 시도해도 이미 늦었다. 호흡은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반환점에 가면 좀 쉬어야지 하는 생각만이 머리에 가득 찼다.


목이 말랐다. 그렇다고 강물로 목을 축일 수는 없었다. 호흡하면서 잘못 물을 들이키면 목젖 깊숙이 말라있는 부분을 적셔 주기 전에 호흡곤란이 와서 위험할 수 도 있었다.


어느 순간 중앙 분리선에서 꽤 멀어져 있었다. 얕은 물이라 수초도 몸에 엉켜 붙었다. 안전요원이 곳곳에 자리를 잡고 있지만 위험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이런 저런 악조건은 700~800m까지 계속 되었다. 손들고 물에서 나올까 하는 생각까지 했다. 그렇게 반환점에 도달했다.


막상 반환점에 도착하니 쉬어가겠다는 생각은 없어졌다. 이제 호흡도 제대로 되었다.  경계선을 바짝 옆에 붙여두고 앞으로 나아갔다. 선수들에게 채여서 수경을 두 번 새로 고쳐 쓰고 헤드업을 너무 자주하는 바람에 수모도 벗겨지려해서 두 번 고쳐 쓴 수고를 제외하면 내려 올 때는 스피드를 즐기면서 체력소진을 하였다. 종점에 도달하면 일어서지도 못할 정도로 있는 힘을 밀양강에 모두 쏟아내기로 하고 내 질렀다. 실제로 골인지점에서는 상판에 올라 앉아 조금 쉬다가 나왔다.


대회는 끝났다. 수영대회를 통해 나는 겸손함을 배운다. 나는 물과 싸우려고 했다. 다른 선수와 경쟁하려고 했다. 몸에서 힘을 빼고 물의 흐름에 몸을 맡겨야 했으며, 나 자신과 대화의 기회로 삼아야 했다. 사실 수영대회의 기록은 대회전에 모두 결정이 났다. 대회 당일은 그 기록이 제대로 반영되도록 모든 욕심을 버리고 그냥 즐겨야 했다.


집에 돌아와서 샤워 후 차가운 우유를 한 잔 마셨다. 이튿날 새벽에 수영장 갈 준비를 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부처의 말씀이 생각난다. 목숨은 호흡하는 사이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