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본知

어게인 뉴욕

필85 2012. 3. 14. 12:49

 

업무상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나는 '북미 IR'에 합류하게 되었다. 8박10일간의 일정에는 7회의 비행기 탑승과 함께 비행기에서 머무는 시간만 거의 40시간에 달했다. 대기 시간까지 합치면 거의 60시간을 공항과 비행기안에서 죽여야 하는 힘든 일정이었다. 

 

나에게 미국은 처음이다. 본연의 목적인 IR에 충실하면서 나름대로 의미있는 시간을 가져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이번 여행에는 세계 문화의 중심지인 뉴욕이 포함되어 있다. 

 

<여행의 준비> 

뉴욕과 뉴욕의 문화에 관한 책 네 권을 사서 읽었다 무비자 신청을 하여 전자여권을 발급 받았다. 뮤지컬과 재즈공연 예약은 인터넷으로 예약했다. 마치 이번 주말에 문화회관 공연보러 가듯이 현장에서 티켓으로 교환만 하면 오케이. 

 

몇 해를 가족과 함께 해외여행을 하다가 혼자 짐을 싸려니 처량했다. 혼자 있는 아내도 걱정되었다.

 

<로스앤젤레스의 하루> 

영화 <내 이름은 칸> 또는 미국을 다녀온 직원을 통해서 들은 바 있는 미국 입국심사를 직접 받아보니 여러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길게 늘어선 줄이 짜증스러웠다. 입국심사대에서 지문을 찍고 안경을 벗어 들고 얼굴사진까지 촬영당하면서 질문에 답하려니 두려움도 났다. 

 

옆 심사대에는 여권의 생년월일이 다른 서류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중국인 관광객이 별도 룸에 끌려갔다. 일본인 단체 관광객들은 안내원을 한 명 달고 들어왔지만, 극히 제한적인 도움만 줄 수 있을 뿐, 심사공간에는 누구도 침범할 수 없었다. 입국심사만 두 시간 넘게 걸렸다. 

 

<LA에서 교포와의 만남> 

LA에서 우리가 면담한 글로벌 기업의 부사장은 재미교포였다. 그는 4살때 미국으로 건너왔으나 한국어가 유창하였다. 그는 미국사회에서 성공한 한국인이 많다고 하면서 몇 명을 거명하였다. 한국음식도 인기가 많았다. 그날 저녁식사는 한식 소고기집이었는 데 미국인이 여럿 보엿다. 점심시간에 들렀던 '북창동 순두부' 식당에는 외국인들로 북적거렸다. 

 

교포에게 좋은 일들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부동산 채권시장의 몰락으로 한국인이 금전적 손해를 보고 힘들게 살고 있는 교포도 많다고 하였다. 미국땅이 아무리 좋기로 제나라만 할까, 하는 생각으로 LA를 떠났다. 

 

현지 언론에서는 샌프란시스코 시장으로 중국인이 선출되었다고 한다. LA에서도 한국인이 시장으로 뽑히는 날이 빨리 다가왔으면 좋겠다.

 

<오페라의 유령>

낮시간 동안의 바쁜 업무를 마무리하고 토요일 저녁에는 맨하튼의 마제스틱 극장의 <오페라의 유령>을 관람하러 갔다. 전세게 1억명 이상이 보았고 브로드웨이에서 가장 오랫동안 공연된 작품을 뉴욕에서 감상한다는 것은 내게 큰 행운이었다.

 

객석은 꽉 찼다. 화려한 의상과 조명, 무대장치에 나는 압도되었다. 오페라의 최고장면은 주인공(유령) 역할을 맡은 휴 파나로(Hugh Panaro)의 노래였다. 감미로우면서도 파워풀한 목소리에 관객들은 숨을 죽였다. 마지막 장면에서 휴 파나로의 'I love you'라는 대사에 가슴이 뭉클하였다.

 

공연이 끝나고 관객은 기립박수로 응답했다. 이어서 잘생긴 주연배우는 마이크를 잡고 기부를 유도하는 발언을 했다.

 

같은 줄거리라 하더라도 연기자와 무대에 따라 감동은 다를 수 있겠다. 한국에서 <오페라의 유령>을 보고싶다.

 

<메트로 폴리탄 미술관, Met>

세계 4대 미술관중 하나인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을 한 두 시간내에 둘러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나는 유럽회화를 중심으로 관람하기로 했다.

 

인상파 출현의 촉매자 였던 마네, 인상파 리더역할을 한 모네, 무희의 그림과 생동감 있는 구도를 만들어 낸 드가, 초상화의 대가 램프란트, 종교화와 육감적인 그림의 루벤스, 그리고 설명이 필요없는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들이 눈 앞에 펼쳐졌다.

 

대가들의 작품을 한 곳에 모아 놓고 동시에 감상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이곳에 오지 않으면 대작들을 다시는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불행해졌다.

 

짧은 시간동안에 여행안내 책자에 소개된 그림도 제대로 보지 못하였다. 다시 한번 방문하겠다고 다짐하면서 건물을 빠져나왔다.

 

미술관을 빠져 나오면서 미술작품은 반드시 미술관에서 보아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책이나 인터넷으로도 충분이 감상할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디지클럽의 재즈공연>

센터럴 파크 모서리, 콜롬부스 서클 부근 타임워너 5층과 6층에는 재즈 공연장이 몰렸다.

 

'LENY ANDRADE & HER TRIO', 공연의 제목이다. 당초 저녁 9시30분 공연을 볼 예정이었으나 일찍 도착하여 6시30분 공연을 보기로 하였다. 입장후 공연장에서 저녁식사를 하였다. 넓은 창으로 보이는 뉴욕 야경이 좋았다.

 

보사노바 풍의 재즈공연이었다. 연주팀은 독일에서 온 피아노 연주자, 베이스, 드림 그리고 나이가 지긋한 여자 싱어, 모두 4명으로 구성되었다. 싱어는 공연 중간중간에 남미와 스페인의 음악이야기, 싱어의 개인사 등을 농담을 섞어가며 이야기 하는 것 같았다. 나의 짧은 영어 실력으로 내용은 알 수 없었다. 

 

앵콜곡이 압권이었다. 모든 악기는 연주를 멈추고 싱어는 의미없는 가사만 오랫동안 리듬을 타면서 노래하였다. 총 1시간의 공연이었다.

 

다른 극장 포스트를 보니 피아졸라 곡을 연주하는 극장도 있었다. 다음 뉴욕방문에 추가해야 할 일정이 생겼다.

 

<뉴욕현대미술관, MoMA>

뉴욕현대 미술관, 모마는 여섯 개층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나는 1층에서 3층까지 전시된 디자인, 건축, 설치작품은 대강 훑어보고 4,5층 미술작품을 집중적으로 보았다.

 

피카소, 잭슨 폴락, 리히텐 슈타인 작품이 즐비하였다. 휴대폰 용량 때문에 폰카 촬영을 최소화 하려고 했지만, 그림들은 내게 계속 셔트를 누르게 만들었다. 파카소의 <아비뇽의 쳐녀들>,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리히텐슈타인의 <물에 빠진 소녀>, 잭슨 폴락의 알수 없는 그림들을 폰에 저장했다. 6층에는 드 쿠닝 특별전이 열렸다.

 

메트로 폴리탄 미술관을 나오면서 떠오른 의문점에 대한 해답을 생각했다. 미술관에서 실제 그림을 보지않고 인터넷이나 책으로 작품을 감상한다면 우선 크기의 제약 때문에 제대로 된 느낌이 없을 것이다. A4정도 사이즈로는 감정이 부풀어 오를 수 없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붓의 터치가 문제다. 포스트 모던 아트의 경우, 그림에 직접 물건을 붙혀 놓는 것도 있기 때문에 면을 통해서 감상하는 것과 직접 실물을 보는 것은 그 느낌이 판이하게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누구나 아는 일이지만 그 비용이 만만치 않다.

 

<어게인 뉴욕>

이번 여행에서는 비행기를 지겹도록 탔다. 뉴욕시내를 실컷 걸었다. 아쉬운 점도 있다. 센터럴 파크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지 못했다. 영어실력이 모자라 <오페라의 유령>을 완전하게 이해할 수 없었고 디지클럽에서 가수의 농담에 제대로 웃지 못했다. 그외 다시 뉴욕을 방문해야 할 이유가 여러가지 있다.

 

뉴욕 여행전에 읽었던 몇 권의 책을 통해 뉴욕이 어떻게 세계 문화의 중심이 되었는 지에 대해 조금 이해를 하게 되었다. 창조적인 예술가와 예술작품의 유통과 확산을 담당하는 종사자들이 한 공간에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창의적인 정신을 담을 수 있는 도시가 답이다. 우리 도시의 공간을 어떻게 꾸며야 할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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