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知

녹평156 위안부제도_도시재생

필85 2017. 11. 26. 22:52
역사학자인 다나카 토시유키는 <'위안부제도'로 본 국가, 전쟁, 남성주의>라는 글에서 전쟁을 치르는 군대에서 폭력의 형태로 나타나는 위안부제도의 근원에 대해 논리적으로 설명한다. 저자는 일본군의 최고간부가 계획 입안과 실시에 가담하여 수많은 아시아여성들을 장기간에 걸쳐 강도높은 육체적, 정신적 학대를 가한 것은 역사상 유례를 찾아볼수 없다고 한다.  '우리의 부친이나 조부세대의 남성들이 성노예와 밀접히 관련된 특이한 군 조직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던 것은 일본의 경제사회적 및 문화적 풍토에 기인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녹평156호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생태마을과 적정기술'에 대한 세 편의 글이다. 그 중 '마을연구소' 소장인 정기석 작가의 <마을만들기는 농촌재생으로>라는 글은 도시재생에 대한 생각을 깊게 해보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문재인 정부가 '50조 원짜리 도시재생'의 큰 깃발을 높이 치켜들었다...국민들속에는 기대보다 우려, 비판의 반대 목소리가 드높다...반대의 명문과 이유는 명확하다. 일단 지가와 임대료상승, 부동산 투기, 젠트리피케이션이 예견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에 대한 대책은 전혀 없다."(161쪽)

<야생초 편지>의 저자인 황대권 선생은 <생태마을 네트워크 출범에 부쳐>라는 글에서 '정부는 주민역량강화사업이 주민의 자발성을 끌어 낼 것이라고 믿고 있는 듯한데, 이는 책상에 앉아 책만 들여다보는 전문가 또는 교수들의 머리에서 나온 발상이다.'(139쪽)라고 정부정책을 꼬집는다.

이들이 비난만 하는 것은 아니다. 정기석 소장은 급하게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제대로 하라고 요구하면서 사회적 자본과 사회안전망 구축에 힘쓰라고 한다. 그는 광역시마다 '지역사회 생활기술 직업전문학교'를 설립하여 적정기술도 익히고 사회적 자본도 축적하자고 제안한다.

근대화 그리고 그 이전, 한반도에 국가가 생긴이래 중앙관료에 의한 지배에 깊게 물들어 있는 우리가 마을 스스로 가치와 목적을 찾아내고, 실제 삶에 (적정)기술을 적용하면서 신뢰와 연대, 참여와 같은 사회적 자본을 쌓아가는 것은 쉽지 않다. 지금 당장은 요원해보이지만 가야 할 길이다.

한편, '50조 원'이라는 숫자가 풍요로운 삶의 씨앗이 될지 아니면 또 다른 국가 폭력이나 둥지내몰림의 해머가 될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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