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_드라마_예능

조커일 수 없는 조커

필85 2019. 11. 1. 21:16

'인생은 멀리서 보면 비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희극'이라는 찰래 채플린의 말이 떠오른다. 조커는 농담을 말하지만 관객은 결코 웃지 않는다. 조커의 인생은 단 1초도 행복하지 않았는데 그는 웃음을 참을 수 없는 병에 걸렸다. 그에게 폭력을 휘두른 은행원 세 명과 옛 동료, 토크쇼 진행자를 살해한 조커의 이름은 '해피'였다. 찰리 채플린의 말은 틀렸다. 인생이 희극인지 비극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조커>가 각종 영화제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관객을 설득하는 힘에 있다고 본다. 조커의 어두운 출생 배경,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정신과 상담의 종결, 밥벌이로서의 광대 직업 실직, 실패한 희극인으로서의 삶이 우울하게 펼쳐진다. 감독은 그를 한쪽 방향으로만 세게 몰아 붙이고 관객은 고개를 끄떡일 수 밖에 없다. 마침내 조커가 탄생되었다. 우리가 조커를 만들었다.


관객을 설득하는 데 도움을 주는 영화촬영기법은 근접 촬영이다. 영화평론가 김남필은 '영화의 렌즈는 고담시의 풍경 등을 흐릿하게 만들면서도 아서의 얼굴을 가까이서 보게 만들기에 그의 내면의 변화에 집중할 수 있'다고 했다(부산일보, 2019.10.31자, '김필남의 영화세상'). 영화가 끝난 지금도 나는 그의 얼굴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128분동안 호아킨 피닉스의 주름, 미소, 눈물, 페인팅이 나의 안구에 박히고 시신경과 연결된 나의 뇌를 지배했다. 마침내 내가 조커가 되었다.


  토크쇼에 출연한 조커가  머레이(로버트 드니로 분)의 요청으로 조커를 시작한다. 첫 대사는 'knock, knock'이다. 문을 두드린 조커에게 우리가 대답할 차례다. 불평등과 무례가 일상이 되어버린 이 세계를 구할 생각이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