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후유증, 그 230일간의 기록’이라는 부제를 가진 <삶이 있는 한, 희망은 있다>의 저자, 박현 교수는 ‘한국에서 자기 혼자만 후유증’을 겪는 것처럼 비치는 현실에 대하여 안타까워하고 호소하고, 끝내는 분노한다.
“난 더 이상 우리나라의 보건복지부나 질본에 대한 분노를 참을 수가 없다. (중략) 난 더 이상 내 인생을 그들에 대한 헛된 희망으로 낭비하지 않겠다.”(퇴원 208일 차)
지난 해 2월 말, 가볍게 마른 기침 지날 때까지 몰랐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자신을 찾아온 줄. 며칠 후 호흡곤란을 일으켜 저자는 음압병실에 입원하였다. 치료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온 뒤에도 이어지는 두통과 거친 호흡으로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지자 저자는 후유증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저자는 2020년 5월부터 ‘부산47’이라는 아이디로 SNS를 통해 주위에 자신의 근황을 알리기 시작했다. ‘부산47’은 부산에서 코로나 바이러스에 걸린 47번째 확진자라는 의미다.
“뒤통수를 누르는 듯한 두통이 심하고, 가끔 눈물이 날 때도 있고, 아주 조그만 스트레스에도 참을 수가 없을 정도로 민감하다.”(퇴원 49일 차)
“해외언론에서 언급되는 것처럼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신체에 침입했을 때 공격받은 신체부위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후유증으로 나타나는 것 같다.”(퇴원 57일 차)
지난 해 상반기부터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퍼지면서 환자가 속출하기 시작했으며 이와 함께 치료도 빠르게 진행되었다. 문제는 퇴원 후 다양한 증세가 다시 나타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후유증에 대한 본격적인 치료가 시작되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바이러스와 싸우고 난 후 뒤따르는 증상에 대해서는 말도 못하게 되어버렸다. 왜냐하면 완전하게 치료되었다는 의미의 ‘완치자’라는 표현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후유증 때문에 병원에 다시 찾아간 저자는 의사로부터 치료시 복용한 약의 부작용 때문에 생긴 역류성 식도염이라거나 기력이 떨어져서 몸이 좋지 않다는 진단을 받았다. 저자는 SNS를 시작하면서 해외 환자 사례, 임상의사의 발표 논문, 외국 정부의 보도자료를 끌어와서 후유증이라는 것을 알렸다. 저자는 오랫동안 외국에서 공부하고 세계 최고의 IT기업에서 쌓은 경험과 인적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하였다.
저자는 프랑스, 오스트리아, 유럽 호흡기 학회와 미국 마운트 시나이 병원 코로나19 후유증 치료전문센터의 보고를 활용하여 ‘코로나 19 후유증 치료는 가능한 한 빨리 시작되어야 하며, 지속적인 치유가 되어야한다는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한다.
SNS 활동을 꾸준히 하면서 국내외 언론과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를 하고 나면 그 여파가 며칠 동안 계속되었지만 자신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정부와 정치인들에게도 후유증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하였다. 이제까지 쓴 글들을 모아 책까지 펴냈다.
헌신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후유증은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공포심을 유발하는 정도에 그쳤다. 카메라도 조명도 더 이상 저자를 찾아오지 않았다. 의사 한 분이 언론에 나와 코로나19는 후유증이 없으며 퇴원한 환자들은 모두 완치되었다고 말한 것을 본 후 저자가 기록한 글이다.
“겨우 100명 내외로 읽는 나의 글은 이런 기관과 언론 발표 앞에서는 아무런 힘이 없다. 기관과 언론에 의해 대중들은 후유증을 해외 일부에게나 있는, 우리나라에는 없거나 아주 희귀한 경우일 뿐이라고, 후유증은 기저 질환일 뿐이라고, 중증 후 회복자만 겪는다고 생각하게 된다.”(완치 판정 후 후유증 203일째)
이 책에서 저자는 자신의 증상과 일상을 날짜별로 소개하면서 절망만 하지 않는다. 그 가운데서도 행복의 불씨를 찾아내어 그 희망을 나누려고 한다. 저자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나에게 인생의 진정한 행복을 가르쳐주고 있다. 나는 어느 때보다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고 말한다.
“삶이 있는 한, 희망은 있다”(로마 철학자,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
“행복은 장소가 아니라 방향입니다.”(미국의 언론인, 시드니 J. 해리스)
“행복은 얼마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얼마나 즐거운 것을 하고 있는가이다.”(영국의 목사 겸 작가, 찰스 스펄전)
SNS에서 ‘부산47’을 찾았다. 그는 지난 5월 14일 또 다시 몸이 안좋아졌다고 하면서 특히 가슴통증이 심하다고 했다. 두려움도 함께 찾아왔다고 한다. 댓글에는 비슷한 증상을 가진 분이 공감하는 글을 달아놓고 한 달 넘게 글이 올라오지 않아 걱정하는 분도 있었다. 며칠 전(6.18일) 다시 글이 게시되었다. 4월과 5월에 좋지 않았던 상황이 6월에 조금 나아졌다고 한다. 다행이다.
코로나바이스와 관련한 뉴스를 듣거나 보지 않고 하루를 보낼 수 없는 일상이다. 팬데믹 초반에 카메라는 확진자의 뒤를 쫒기에 바빴다. 마스크를 사기 위해 긴 줄을 선 모습이 앵글에 잡혔고 정부와 언론은 K-방역이라는 브랜드 홍보에 열을 올렸다. 이제는 주사바늘이 꽂힌 누군가의 팔뚝을 매일 보고 있다.
삶이 있는 한 희망은 어느 곳에나 있으며 코로나 바이러스는 사라질 것임을 알고 있다. 또한 개인의 후유증이든, 사회의 후유증이든 반드시 남아서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이 있을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격하게 세상이 변하는 이때, 카메라 뒤에서, 화려한 조명의 바로 어둠에서 힘든 싸움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는지 살펴봐야 할 것이다. 조명해 봐야 할 것이다.
부산47을 비롯한 모든 환자의 완전한 치유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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