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 내용은 줄거리와 결말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수리남>을 꼭 봐야했을까, 넷플에서 시리즈를 보고 난 첫 느낌은 약간의 후회를 남겼다. 나는 토요일 오전 9시 반부터 오후까지 TV 앞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일요일 오전에 수영 가려고 마음 먹었지만 그냥 소파에서 낮잠을 잘 수 밖에 없었다. 쉬지 않고 6시간 영상을 시청하는 일이 만만치 않았다.
수리남에서 펼쳐진 강인구의 위험한 줄타기
강인구(하정우)는 수리남에서 헐값에 사들인 홍어를 한국에 수출하는 수산업자다. 한국에서 두 아이를 키우는 아내가 현지에서 교회를 다니라는 잔소리에 주일날 예배당을 찾았다. 거기서 목사 전요환(황정민)을 만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알고보니 전요환은 코카인 밀매업을 하는 조직의 우두머리였다. 강인구의 뒤를 봐주는 듯 도와주면서 홍어를 수출하는 컨테이너에 한국으로 보내는 코카인을 몰래 싣는다. 컨테이너는 한국으로 이동 중 정박한 항구에서 발각되고 이 사건으로 강인구는 옥살이를 하게 된다. 이때 국정원 요원 최창호(박해수)가 면회를 와서 전요환의 정체를 까발린다. 모든 것을 알게 된 강인구에게 최창호 팀장은 달콤한 제안을 한다.
강인구는 국정원으로부터 보상금을 받는 조건으로 전요환에게 접근하기로 한다. 강인구는 복수와 현금을 손에 쥐게 되고 최창호는 3년간 뒤를 밟아온 범죄자를 체포하는 것이다. 전요환은 국내에서 살인과 마약 판매를 하다 범죄인 인도 협정이 체결되지 않은 국가에서 다시 불법을 저지르고 있었다. 감옥에서 나온 후 강인구는 전요환 목사, 차이나 타운의 필로폰 조직 우두머리 첸진(장첸), 국정원 최창호 팀장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며 다시 수리남을 휘젓고 다닌다.
스토리만 보면 평이하다. 억울한 시민이 정부 조직과 결탁, 악의 조직에 침투해서 정의를 구현하는 것이다. 이때의 시민은 특별한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강인구는 학생 때 연마한 유도 실력, 생계를 위해 카센터를 운영하면서 익힌 자동차 수리남, 한국에서 단란주점을 하면서 획득한 비즈니스 능력(공무원 뇌물 매수, 협상력), 생존력 등을 갖췄다. 대단한 반전이 있는 것도 아니고 예상한대로 특별한 희생없이 정의는 구현되었다.
스토리 전개에서 아쉬운 점도 있었다. 드라마 1화, 2화에서 강인구가 수리남에서 홍어 무역을 하기 전에 한국에서의 삶과 최요환의 범죄 이력을 짚어주는 과정이 너무 다큐멘터리식으로 진행되었다는 것이다. 이야기를 시간 순서대로 줄줄 읊어주었다. 짧은 시간에 많은 내용을 설명하려니 어쩔 수 없겠다고 생각이 들었지만 좀 더 영화적으로, 시청자들이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스토리를 전개하면서 연관된 부분이 나오면 플래쉬백 형태로 행동의 당위성을 설명해줬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나는 설득당하지 못하는 부분이 두 군데다. 하나는 강인구의 아내는 왜 그와 결혼하였는가,하는 점이다. 영화 마지막 부분에 강인구가 구사일생으로 돌아오자, '얼굴 하나 보고 결혼했는데 왜 얼굴이 못생겨졌어', 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하정우가 잘생기긴 했지만 정말 얼굴만 보고 가방 하나 들고 동생 둘을 키우고 있는 강인구에게 왔을까? 실제 이야기의 주인공이 아는 여자들에게 전화를 돌려서 아내를 구했다고 하니 믿을 수 밖에.
답을 찾지 못한 나머지 한 부분은 함께 홍어 무역을 하던 친구가 살해당한 사건이다. 감독은 누구에 의해 피살되었는지 명확하게 말해주지 않았다. 시청자는 살인범을 정확하게 하는 것이 강인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강인구는 영화 내내 그를 추모하고 남겨진 그의 가족을 도와주려는 마음을 표현했기 때문이다.
줄거리는 실화를 바탕으로 두었기 때문에 생명력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줄거리는 평이하다. 배우들의 연기력에 기대해봐야겠다.
여러 별들 중, 조우진이 빛났다.
나는 영화를 보는 내내 마피아 게임에 빠졌다. 나는 전요환의 패거리 중에 강인구를 몰래 도와 줄 국정원 요원이 누구인가,를 찾았다. 나는 조직의 대외협력 업무를 담당하는 '데이비드 박(유연석)'이 스파이라고 짐작했다. 아니었다. 행동대장인 변기태(조우진)였다. 감독이 영화에서 정체를 밝혀내기 전까지 잔인하고 충성스런 역할을 했다. 전요환에게 의심 받을 때의 분노, 좌절, 두려움의 표정이 순식간에 스쳐가고 나중에는 찬송가를 부르는 장면은 아직 기억에 남는다. 인터넷에서는 변기태의 연기 짤들이 많이 돌고 있다. 스핀오프 영화를 제작한다면 그를 주인공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황정민의 역할은 <신세계>(2013)에서 보았던 정청을 다시 보는 것 같았다. 1회를 보고 있는 중이었다. 딸이 거실을 지나면서 TV화면을 곁눈으로 보면서 '황정민은 목사 옷을 입고 있어도 깡패처럼 보여',라고 말을 툭 던졌다. 아직 마약왕으로서의 정체가 드러나기 전이었다. 까운을 입은 채 술잔, 술병을 들고 건들거리는 장면은 이제 그만, 황정민의 다른 모습을 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데이비드 박'을 연기한 유연석의 연기는 살짝 아쉬었다. 이에 반해 호위무사 역할을 한 이상준 집사(김민귀)는 나의 시선을 강하게 붙잡았지만 사생활 문제로 많은 분량을 들어냈다고 하니 아쉽다. 대중의 관심을 먹고사는 배우이니 만사가 조심스러워야 한다.
드라마를 보고 난 첫 느낌은 실망스러웠지만 이렇게 저렇게 생각을 굴려보니 알게 된 것도 있고 배운 점도 많다. 필로폰과 코카인의 차이도 알았다. 필로폰은 화학제품, 코카인은 식물 추출물이다. 조진우도 새로 발견했다. 수리남도 알게 되었다. 훌륭한 연기를 하고도 사생활때문에 빛을 보지 못한 배우도 있을 수 있다는 것도. 몇 명의 인생이 단 6시간만에 내게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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