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최정란 시인의 <썩은 사과의 사람>이라는 詩다. 시는 이렇게 시작한다. ‘가장 좋은 사과는 내일 먹겠다고 / 사과 상자 안에서 썩은 사과를 / 먼저 골라 먹는다 / 가장 좋은 내일은 오지 않고 / 어리석게도 / 날마다 가장 나쁜 사과를 먹는다’ 나쁜 사과만 먹었던 시인은 ‘나도 안다 / 가장 나쁜 사과를 먼저 먹기 시작해야 한다’라고 반성하면서 ‘가장 좋은 사과를 먹고 나면 / 그다음 사과가 가장 좋은 사과가 된다’라고 일러준다.
살아가는 동안, 가장 좋은 시간을 자신보다는 직장과 가족을 위해 사용했던 여덟 명의 작가가 오롯이 자기 자신에게 주기로 하고 제주의 한 골프클럽으로 향했다. 골프장이라고 골프만 친 것은 아니었다. 요가, 자전거 타기, 달리기를 한 사람도 있었다. 작가들은 새로운 장소에서 본래의 목적을 살짝 비틀어 공간을 사용하면서 느끼는 두근거림을 지면에 옮겼다. 여덟 명의 작가이자 운동 애호가가 전해주는 떨림이 그대로 전해졌다.
이 책의 집필에 참여한 작가들의 공통점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오랫동안 한가지 운동을 해왔다는 것이다. 운동시간을 차곡차곡 자신의 몸속에 축적하는 동안 그들은 운동에 대한 통찰력이 생겼다. 자전거를 타는 임재원 작가는 ‘운동이 여행이 될 수 있다.’라고 하고, 골프에 진심인 이윤지 작가는 골프가 지극히 내면적인 운동이며 정직성을 요구하는 스포츠라고 한다.
매일 요가를 하며 ‘마인드풀 라이팅’을 개발한 안현진 작가로부터는 ‘위요감(圍繞感)’을 배웠다. ‘위요감’은 ‘건축학에서 우리 주변을 에워싼 것들에서 느끼는 감도’를 말한다. 내 주위를 둘러싼 것들을 연결해주는 최고의 운동은 ‘요가’일 것이다. 매일 아침, 요가 비슷한 ‘몸풀기’를 하는 내게 작가는 좀 더 정진하라고 말해주는 것 같다.
두 번째 공통점은, 이 모든 이야기가 제주 중문에 있는 ‘그릿스포츠클럽’에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이곳은 제주 바다의 수평선을 앞마당으로, 매일 다른 옷으로 갈아입는 한라산을 뒤뜰로 배치한 스포츠클럽이다. 작가들이 각자의 운동을 멈추고 시선이 떨어지는 모든 장소를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는 장소다.
우리 삶에서 공간이 주는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낯선 공간에 자신을 둔다는 것은 나를 각성시키는 출발점이다. 40만 평에 달하는 이 공간에서 눈이 시리도록 푸른 잔디, 우뚝 솟은 나무와 자잘한 나무, 클럽을 자기 집처럼 드나드는 노루와 새, 하늘을 품은 바다와 함께 있노라면 나 자신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그릿스포츠 클럽, 나는 이 단어를 스쳐 들었을 때 ‘Great(위대한)’이나 ‘Greet(인사)’라는 단어로 이해했다. 네이버 지식백과에 의하면 ‘Grit’는 미국의 심리학자인 ‘앤젤라 더크워스’가 개념화한 용어로, ‘성공과 성취를 끌어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는 투지 또는 용기를 뜻한다, 고 한다. 재능보다는 노력의 힘을 강조하는 개념’이다.
‘그릿’은 운영자의 철학을 엿볼 수 있는 이름이다. 행복한 삶은 재능보다는 하루하루 축적의 시간이 만들어낸다. ‘자연을 품은 이 공간에서 당신의 가장 좋은 시간을 즐겨라!’라는 말로 들린다. 수영장도 있다고 하니 나도 한번 즐겨보고 싶다.
나는 나의 가장 좋은 시간을 이 책을 읽으면서 보냈다. 서평단에 참가하기 잘했다. 이 책을 잡은 시간 동안 입가에서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나는 빈틈없이 행복했다. 이 행복을 누군가 경험해보기를 권한다.
*서평단에 참가하여 도서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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