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본知

매운맛 매니아의 선택, 서면 라라관

필85 2022. 12. 14. 08:09

불닭볶음면을 상시 복용하는 딸의 선택은 서면 '라라관'이었다.  나는 아침에 건강검진을 마친 상태에서 바로 마라탕을 먹을 생각을 하니 두려웠다. 집에 들른 김에 달달한 것을 찾아 부엌을 뒤졌다. 마침 초코파이와 홍시가 눈에 띄었다.

 

마라전골 전문 맛집으로 소문난 '라라관'은 서면 경남공고 맞은편에 있었다. 간판은 온통 한자로 되어있어 '여기가 본점이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라라관'이라는 명칭은 입구 옆에 조그맣게 적혀있었다. 일행을 먼저 내려두고 나는 전포동 쪽 대형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뒤따라 들어갔다.

 

세상 좋아졌다. 모녀가 테이블에 앉아 전자패널로 톡톡 주문을 넣고 있었다. 양고기 마라전골, 꼬바로우, 술 마시는 모녀를 위한 연태주를 주문했다. 뒤늦게 공깃밥도 시켰다. 소고기를 넣은 마라전골을 먹어봤지만 양고기는 처음이다. 양고기 특유의 냄새가 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기우였다. 마라향을 모르고 한 소리였다. 꼬바로우는 중국식 찹쌀 탕수육이다. 고기를 감싼 찹쌀 튀김의 맛이 쫄깃해서 요즘은 중국집에 가면 탕수육보다 더 자주 찾게 되었다.

 

내가 아는 중국술 중에는 연태주가 최고다. 파인애플 향이 깔끔하고 숙취가 없다. 중국 술잔으로 반 잔을 입에 털어넣으면 처음에는 향으로 취한다. 단맛에 미소를 지을 때는 이미 늦었다. 목을 통과하면서 뜨거운 것이 통증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충격은 오래가지 않는다. 위속으로 퍼지는 순간 따뜻함이 온몸으로 퍼지면서 여유와 평온함을 느낀다.

 

주문한 음식이 차례로 나왔다. 양고기는 집에서 한 번씩 만들어 먹는 샤브샤브의 맛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마라 맛이 양고기의 냄새쯤은 가볍게 날려버렸다. 배달시켜 먹는 마라전골과는 근본이 달랐다. 딸은 여기 맛이 중국에서 먹는 맛과 가장 비슷하다고 알려주었다. 한 젓가락에 이미 혀가 얼얼해졌다. 양념장으로 나온 마늘 기름장에 찍어먹지 않으면 먹을 수가 없을 정도다. 마늘이 이렇게 달달한 줄 처음 알았다. 세 사람 모두 숟가락을 챙겼으나 식당을 떠날 때까지 누구도 국물 한 번 떠먹지 못했다.

 

왜 사람들은 매운 맛에 열광할까? 나도 한때 비빔국수, 비빔냉면, 비빔밀면을 즐겼으나 요즘은 위가 감당하지 못한다. 그래도 돼지국밥을 먹을 때는 청양고추에 손이 갈 때가 있다. YTN 사이언스에 따르면 매운맛은 다른 맛에 비해 중독성이 강하다고 한다. 맛들인 사람은 계속 매운맛을 찾는다. 매운맛의 주 성분인 '캡사이신'은 앤도르핀과 아드레날린 분비를 촉진시키는 것도 사람들이 매운 맛에 빠지는 이유다. 스트레스를 날려주기 때문이다. 딸이 매운맛을 좋아하는 것이 걱정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식당에 가면 고기와 야채 추가는 기본적으로 한다. 이번에는 패널을 다시 두드리지 못했다. 더 이상 먹을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부진하게 먹는 탓에 딸도 양을 채운 듯하다. 나가면서 보니 젊은 여성 두 명의 테이블에는 추가 접시가 가득하다. 매운맛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라라관'을 추천할 만하다.

 

우리 일행은 단맛을 찾아 떠났다. 딸이 좋아하는 유튜버 '예랑가랑'이 다녀갔던 카페가 근처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