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내게 무엇인가
<서재 결혼시키기>는 뉴욕출신의 편집자겸 소설가인 앤 패디먼이 ‘평범함
독자’라는 제목으로 잡지에 연재한 칼럼을 모은 책이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평범한 독자’라는 표현은 맞지 않다. ‘광적인 독서가’라고 해야 한다.
출판사 편집자인 아버지와 기자인 어머니가 소장한 도서는 7천권에 달했으며
자연사 교사인 오빠 또한 지독한 책벌레였다. 그러한 가족속에서 자란 앤 패디먼은
역시 독서광인 시인과 결혼하였다. 두 사람의 책사랑은 각별해서 5년이 지나도록
한 집에서 서재를 따로 사용하다가 아이까지 낳은 뒤에야 장서합병을 결심하게
된다.
그러나 몇 가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생겼다. 책 정리 기준이라든지 겹치는
책은 누구의 책을 버려야 할지에 대해서 누구도 쉽게 양보를 하지 않았다.
티격태격 일주일 넘게 싸우면서 ‘서재 결혼시키기’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고
두 사람은 진정으로 결합하게 되었다.
앤 패디먼의 <서재 결혼시키기>는 ‘서재의 결혼’을 포함하여 독서 또는 글쓰기에
관련된 18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그 과정에서 작가는 영미문학의
진수(眞髓)인 많은 작품들을 자연스럽게 소개해 준다. 배달된 카탈로그까지
읽어 치우는 앤 패디먼의 열광적인 독서사랑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책에 메모를
하는 습관이나 책이 묘사하는 바로 그 현장에서 책을 읽는 ‘현장독서’의 기쁨은
나도 시늉을 내보는 습관이라 작가와 소통하는 느낌이었다.
앤 패디먼의 책을 통해 독서의 유용성에 대해서 나름대로 정리를 해보는 계기가
었다. 내가 제대로 책을 읽기 시작한지 이제 10년 정도 되었다. 애매한 현실에
대하여 나의 시각을 갖고 있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다가 책에서 도움을 받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시작한 독서였다. 세상을 보는 올바른 시각을 반드시
책을 통해 배울 필요는 없지만, 일반인들은 책으로부터 많은 생각거리를
제공받는다.
특히, 독서일기를 쓴다든지 토론을 하게 되는 독후활동을 할 때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독서를 하는 또 하나의 효용은 소통이다. 책읽기를
통하여 동시대를 살고 있는 저자와의 수평적 소통뿐만 아니라 고전을 읽을 때면
현인(賢人)들과의 수직적 소통도 가능하다. 또한, 지인을 통해 소개받은 책을 읽을
때면 주고받은 사람간의 특별한 지적인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친한 직장
동료로부터 소개받은 책은 독후감(讀後感)이 모두 좋았다.
나는 나의 시력이 남아 있는 한 독서를 계속할 작정이다. 설령 실명(失明)한다
하더라도 앤 패디먼의 아버지처럼 녹음된 책으로 독서를 즐기는 방법을 찾아
볼 것이다.
앤 패디먼은 ‘책에 대한 책’을 즐겨 읽지만 난 가끔씩 독서와 관련된 종류의 책을
읽곤 한다. 독서생활을 하면서 책에 관한 책을 읽는 것은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왜 책을 읽는가? 책은 내게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으로 새 해를 시작
하였다.
-2009.2.1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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