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은 식민지다.
- 발표자 : 허필우 -
오늘도 공부 잘 하고, 일 잘하는 친구들, 성장하는 기업들은 서울로 향하고, 한번 서울로 간 그들은 다시는 돌아 올 줄 모른다. 잘난 친구들과 기업들이 모여든 서울의 모습은 날로 발전하고 사는 모습도 부산에 있는 나와는 다르다. 강준만 교수의 <지방은 식민지다>를 읽으면서 그들이 서울로 가는 이유와 서울중심의 현실, 저자가 말하는 극복방안을 알아본다.
지방이 식민지라는 이론적 근거는 ‘내부 식민지론’이다. 즉 ‘식민지는 국가들 사이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한 국가 안에서도 극심한 지역간 불평등의 형식으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서울이 모든 것을 다 가져가는 방식은 ‘경로의존’(path-dependence)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한번 길이 나면 사람들은 그길로만 다닌다. ‘사람은 태어나면 서울로, 말은 제주로’, 우리는 오래전부터 ‘서울공화국’이라는 설정된 경로를 따르고 있다.
서울집중의 결과, 지방민들은 각개약진(各個躍進)을 한다. 각개약진은 한국적 삶의 기본패턴이라고 강준만 교수는 꼬집는다. 사회적 문제를 개인 또는 가족단위로 돌파하는 것이다. 나만, 우리 자식만이라도 열심히 공부시켜 ‘서울 가서 잘 살아보자’라는 형태로 나타난다.
서울중심의 현실은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 할 필요도 없다. 최장집 전 고려대 교수는 이를 ‘초집중화’ 현상이라고 한다. 즉,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자원들이 지리적 공간적으로 서울이라는 단일 공간내 중첩되면서 집적된다고 한다. 저자는 “형평성과 양질의 교육을 위하여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의 정원을 과감히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 정운찬 전 서울대 교수의 발언을 인용하면서, SKY의 가치는 간판의 가치이고 ‘지대를 추구(rent-seeking)’하면서 얻은 효과라고 잘라 말한다.
지방식민지를 극복하는 방법에 대해 저자는 대학교수답게 이론적으로 다양한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눈에 띄는 것 몇 가지만 들어 본다. 강준만 교수는 음지문화라고 생각되어 왔던 동문회, 종친회, 향우회, 종교단체의 양면성을 인정하자고 주장한다. 연고(緣故)는 정(情)이고 행복이며, 경쟁력의 원천이라고 인정하고 그들이 지역에서 봉사하고 기부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공공적 연고주의’라고 부른다. 그 외 공익 마케팅, 지역시민운동단체의 역할이 강화된 문화거버넌스, 지방의 고통을 통계로 포착하는 관변단체 육성, 지역주민이 참여하는 지역학, 지역의 언론사가 중심이 된 민원해결제도, 후진성의 이점을 이용한 웰빙마케팅, 시민 동아리 활성화 등 이상적이지만, 그냥 지나칠 수만은 없는 시책을 저자는 내 놓고 있다.
‘규제를 풀어서 수도권이 잘살게 되면, 항아리에서 물이 넘치듯이 지방도 잘 살게 된다.’ ‘수도권 규제를 해제하여 생기는 이익으로 기금을 만들어 지방을 도와주겠다.’ 최근 수도권 또는 중앙에서 흘러나온 이런 발언에 자존심을 다쳤다면 이제 생각을 바꿀 때가 되었다. 이제 힘 있는 자에게 붙어 권력을 나눠달라(分權)고 하지 말자. 이미 우리에게는 힘이 있고 사람도 있다. 다만 이들을 꿰맬 일만 남았다.
강준만 교수의 <지방은 식민지다>에서 나는 희망을 읽는다. 더 낳은 일터와 삶터에 대해 고민하는 직원이라면 읽어볼만한 책이다.
-2009. 10. 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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