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회 이상문학상 작품집이다. 대상 김연수의 작품외에 우수상 일곱작품이 더 실려 있다.
대상수상작은 불면을 이기기 위한 '산책'과 관련된 이야기었는데
그 작품보다 오히려 작가 자신이 선정한 대표작인 <다시 한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이라는
작품이 더 좋았었다.
<다시 한달을...>에서 글의 전개를 이끌어 낸 것은 사랑했던 여자 친구의 유서다.
자살한 그녀가 남긴 글은 세 문장이다. 부모님과 학우에게 용기없은 자신을 용서해 달라는 것과
야만의 시대에 더이상 방관자로 살아갈 수 없다는 문장, 그리고 반말로 끝나는 '후회는 없어'.
소설에서는 주인공이 왜 자기에겐 말 한마디 없었을까 고민하지만 독자들은 '후회는 없어'라는
말이 그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말임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여자친구가 마지막으로 읽었던 책에서 언급한 전설의 나라를 찾아서 히말라야 낭가파르바트 원정을
떠나는 내용이다.
우수상 작가인 이혜경, 정지아, 공선옥, 전성태, 조용호, 박민규, 윤이형의 작품도 신선하다.
항상 느끼지만 이상문학상에서는 시대를 앞서가는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내용에서 형식에서.
재미있는 것은 심사평이다.
난 잘 알아들을 수 없은 말을 그럴 듯하게 줄줄 엮어 놓은 글들이 인상적이다.
예를 들면,
"메타적 속성이 서사의 세계에서 자기 탐닉적인 요소에만 집중되지 않고..."
"상호 텍스트적 중층성을 확립하고..."
명확한 의미를 알 수 없는 글들은 나의 지적한계로 인해 한편 짜증이 나고 또 한편 비평을 이래야 하는 가?
어찌 이리 어려운 말을 잘도 엮어 내는가? 신기하기도 하다.
어찌되었든 읽는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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