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知

꼴찌에게 보내는 편지

필85 2011. 7. 3. 17:10

1931년 경기도 개풍(지금은 북한) 출생의 작가가 70년대에 쓴 오래된 작품을 새롭게 펴냈다. 작가는 그 당시에 더 먼 과거의 일을 회상하며 적었다.


지금 나와 같은 나이(40대)에 쓰여진 글이라 더 마음에 와 닿는다. 작가는 시골 살이에서의 기억을 소중히 생각하고 감사해 한다. 책을 읽으면서 나도 내가 가진 오래된 기억들을 끄집어내고 싶어졌다. 열 살 전의 시골에서의 기억들을.


비오는 날 우산을 마당에 펼쳐놓고 동생들과 도란도란 했던 일, 그때는 좁은 우산속이 지금의 몇 십 평의 아파트가 부럽지 않는 나만의 공간, 나만의 세상이었다.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면서 깜부기를 털어 먹던 일, 겨울날 계곡에서 썰매타기, 연날리기, 짚으로 만든 축구공 놀이, 자치기, 내게만 의미있는 과거의 기억이지만 되새김질 하고 싶다.


박완서는 작가 자신만의 이야기를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만들어 놓았다. 생활의 시시한 이야기를 손으로 반죽하여 하나의 멋진 글로 만들었다. 더하여 나로 하여금, ‘너도 한 번 끄집어내 봐’, 하고 유혹한다.


박완서 작가가 돌아가시고 난 후 구입한 책이다. 세상을 따뜻하게 해 주시는 이런 분은 100세까지 살아도 좋으련만


- 박완서 산문집, 세계사, 311쪽

- 2011. 4.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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