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4대 뮤지컬중의 하나인 <미스 사이공>의 대강의 스토리는 다음과 같다. 베트남 사이공의 술집에서 만난 킴과 크리스느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고 결혼한다. 그러나 베트남에서 미군이 철수하면서 둘은 헤어지고 세월이 흘러 그들은 재회한다. 이미 크리스는 재혼한 상태였고 킴은 크리스의 아들을 그에게 맡기고 자신은 권총으로 자살하면서 뮤지컬은 끝난다.
두 명의 인물, 킴과 크리스의 삶에 다시 한번 주목해 보자. 킴은 크리스와 헤어지고 공산당 치하에서 모진 시련을 겪으면서도 아들을 키우기 위해, 크리스를 다시 만나기 위해 운명과 맞섰다. 그러나 그 끝은 자살이었다. 한편 크리스는 미국에서 오랫동안 절망의 시간을 보내다가 사랑하는 여인, 엘렌을 만나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고 친구를 통해 킴의 소식을 접하게 되어 사이공을 방문했지만 그는 킴의 죽음을 눈앞에 보게된다.
그들의 사랑은 무엇이 잘못되었나? 비극의 시작은 어디인가? 사이공의 술집에서 처음 만난 킴과 크리스는 서로 첫눈에 끌렸다. 하룻밤을 지낸 그들의 사랑은 곧바로 결혼에까지 이른다. 이 장면에 나는 다른 의견이 있다. 크리스는 전쟁 막바지에 친구의 손에 끌려 술집에 왔고 킴은 삶을 위해 술집에 끌려왔다. 이 상황은 진정한 사랑을 피울 수 있는 상황인가, 하는 것이 내가 가지는 의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사랑의 시작치고는 끈이 약하다.
뮤지컬 <미스 사이공>은 우리에게 '사랑'에 관해서만 생각하라고 한다. 킴을 제외하고 미군의 노리개가 된 사이공의 여자들과 베트남 전쟁의 원인이 되었던 미국의 탐욕을 나는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사랑의 관점으로만 보더라도 킴의 지고지순한 사랑과 크리스의 기회주의적인 사랑을 대비하는 것은 유쾌한 일이 아니다.
누군가 내게 무대만 보라고 요구할 수도 있겠다. 출연자들의 춤과 노래는 맹세코 좋았다. 그러나 3D헬기는 요란한 광고에 비하면 만족스럽지 못했으며, 지나친 애정표현도 마음에 결렸다. 문화회관 객석 2층의 우리 옆 자리에는 고등학생들이 단체로 관람했다.
뛰어난 배우들의 연기만큼 내가 감동을 받지 못한 것은 뮤지컬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내게 말해 주는 것 같다. 비쥬얼 보다는 스토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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