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쉰의 산문시집이다. 읽어 내기가 녹록치 않았다. 1920년대는 중국이 국가적으로 힘든 시기이기도 했지만 글을 쓰는 직업을 가진 루쉰 개인에게도 암흑 뿐이었다. 루쉰 스스로 '그때 곧이곧대로 말하기 어려웠기에 때로 표현이 모호하다'고 할 정도이니 책을 한 번 읽고는 그의 내면을 훔쳐보기가 어렵다.
책의 내용 중에서, 작가가 죽어 있는 상황을 묘사한, '죽은 뒤', 희곡처럼 쓰여진 '길손'같은 글은 소재도 특이하고 뒷맛도 있다.
기억에 남는 '연'이라는 글이 있다. 글의 주인공은 어렸을 적 생활의 어려움 때문에 동생이 그토록 하고 싶어했던 연날리기를 못하게 한 뼈아픈 기억이 있었다. 성년이 되어 주인공은 동생에게 그 이야기를 꺼내며 사죄를 하였는데, 동생은 정작 그런 일이 있었던 것 조차 기억하지 못했다. 우리네 일상에서도 한번씩 있는 일이다. 평생을 가지고 가는 미안함이 내게도 있다.
- 루쉰, 한병곤 옮김, 그린비, 127쪽
- 2012.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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