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와 늑대
<철학자와 늑대>는 27살의 젊은 철학교수 마크 롤랜즈가 늑대 브레닌과 11년을 함께 살면서 깨달은 삶의 성찰을 기록한 글이다.
브레닌이 처음 마크의 집에 도착한 날, 집은 쑥대밭이 되어 버렸다. 이후 마크의 늑대 훈련은 철학자답게 늑대의 입장에서 시작되었다. 늑대를 키우던 사람도 늑대에게 목줄을 걸고 걷도록 훈련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마크는 4일 만에 목줄없이 나란히 걷는 데 성공했다.
얼마 후 둘은 강의실로 파티장으로 동행하는 사이가 되었다. 강의실에서도 큰 문제는 없었다. 다만 학생들의 배낭 속에 머리를 쑥 내밀어 도시락을 한 번씩 훔쳐 먹는 일이 생겨서 마크는 학생들에게 배부하는 학기 초 강의 계획서에 먹을 것이 들어 있다면 가방을 꼭 잠그라는 내용을 첨가해야만 했다.
브레닌은 마크와 함께 미국을 떠나 영국, 아일랜드, 프랑스에서도 생활하면서 친구처럼, 형제처럼 살다가 그의 수명대로 세상을 떠났다.
이 책은 늑대 브레닌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마크 롤랜즈 교수의 철학 노트이기도 하다. 늑대의 삶을 관찰하면서 발견하는 가벼운 철학이론도 재미있다.
존 롤스의 원초적 입장(Original position)(178쪽)도 기억에 남는다. 여러 명이 피자를 골고루 나누어 먹으려면 한 사람이 피자를 나누게 하고 그 사람이 자신의 몫을 제일 마지막에 가져가게 하는 것이라고 하면서 이것은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데도 함께 적용된다고 한다. 생활에 적용해 볼만한 일이다.
저자는 1개월을 똑 같은 종류의 빵을 줘도 여전히 행복한 표정으로 그 빵에 집중하는 늑대를 보면서 늑대는 순간에 충실한 동물이라고 표현한다. 그에 반하여 인간의 모든 순간은 불순물이 첨가되어 현재는 없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한다. 나는 작가의 설명에 저절로 고개가 끄떡여 졌다. ‘인간에게 매순간은 끝없이 유예된다.’라는 작가의 표현은 적절하다.
그 외 지은이가 이야기 한 것 중 행복은 감정이 아니라 존재의 방식이다,라는 것도 마음에 든다. 혹시 내가 불행하다고 생각이 든다면 존재의 방식을 바꾸리라.
브레닌을 묻던 밤, 마크는 이렇게 독백한다.
“선택이 가능하다면 누구나 희망을 주는 따스하고 너그러운 삶을 선택할 것이다. 다른 편을 택한다는 것은 미친 짓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시간이 당도한다면 늑대의 냉정함으로 살아나가야 한다. 힘들고, 차갑고, 우리를 움츠러들게 하는 삶을 살아내야만 하는 순간들이 찾아온다. 바로 이 순간들이 삶을 가치있게 만든다.”
- 마크 롤랜즈 지음, 강수희 옮김
- 2012.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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