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知

레 미제라블

필85 2014. 2. 20. 08:35

레 미제라블


    1년 전, 온 가족이 뮤지컬 영화 <레 미제라블>(톰 후퍼 감독)을 재미있게 보았다. 150분간 상영된 영화를 보고난 후 나는 몇 가지 의문점을 가졌다. 장발장이 도망자의 신분으로 어떻게 시장이 될 수 있었는가, 돈은 어떻게 벌게 되었는가, 숨어살면서 어떻게 선행을 베풀게 되었는가, 하는 것이다. 가장 궁금했던 점은 ‘한낱 죄수였던 장발장이 어떻게 성자(聖者)와 같은 모습으로 변모할 수 있었는가?’였다.


영화를 보고난 후 구입한 원작은 진작부터 책장에 꽂혀 있었지만 차일피일 미루다가 새해 1월 1일 책을 펼쳤다.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은 나의 궁금증을 모두 풀어주었다. 다음은 대강의 줄거리이다.


    굶주리는 조카를 위해 빵을 훔치다가 잡힌 장발장은 탈옥형량까지 합쳐 19년을 감옥에서 지내고 나온다. 전과자라는 낙인 때문에 어디에도 발붙일 곳을 찾지 못하던 장발장은 미리엘 주교의 사랑으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고 장신구 사업으로 돈을 벌어 ‘마들렌’이라는 이름으로 시장의 자리까지 오른다.


장발장은 그를 닮은 사람이 체포되자, 자신의 신분을 밝히고 다시 감옥으로 간다. 젊은 나이에 병으로 죽어간 팡틴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탈옥한 장발장은 코제트를 악덕 여관주인으로부터 구하고 난 이후 수녀원에서 신분을 감추고 정원사로 살아간다.


장발장은 수녀원에서 코제트의 교육을 끝내고 파리에서 남모르게 자선을 베풀며 생활한다. 한편, 파리는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 휘말리고 장발장은 코제트의 연인인 마리우스가 바리케이드속에서 위험에 처하자 그의 목숨을 구해내고 쓸쓸히 숨을 거둔다.


    빅토르 위고는 장발장과 팡틴, 코제트, 마리우스 이야기외에 프랑스 혁명, 파리의 거리와 하수도, 워털루 전쟁과 같은 주변환경에 대하여도 지루할 정도로 묘사했다. 글자체 크기가 요즘 것 보다 작은 민음사의 완역본 다섯 권은 작가의 생각을 담기에 충분했다. 빅토르 위고는 43세에 <레 미제라블> 초안을 잡아 60세에 완성하였다.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은 사랑, 인간의 의무와 진보에 관한 책이다.


    이 책은 지고지순한 사랑에 관한 책이다. 팡틴은 여관에 맡겨진 딸, 코제트를 위해 자신의 몸에 걸친 모든 것을 팔고 누더기를 걸쳤으며, 빛나는 머리카락과 치아를 뽑아 팔았고 나중에는 거리에서 남자를 기다리는 처지가 되었다.


또 하나의 사랑은 장발장이 코제트에게 바친 헌신적 사랑이다. 가족도, 친구도, 이웃도 없이 살아온 장발장은 9년 동안 소중하게 키워온 코제트가 마리우스를 사랑하게 되자 처음에는 낙담하고 괴로워하였지만 위험에 처한 마리우스를 구하기 위해 바리케이드속으로 들어간다.


장발장의 사랑은 어디에서 왔는가? 그것은 미리엘 주교로부터 왔다. 장발장에게 누구도 휴식처를 제공하지 않았지만 주교는 먹을 것과 잠잘 곳을 제공하였다. 이에 더하여 은접시를 훔쳐 달아난 장발장에게 미리엘 주교는 은촛대를 건네준다. 장발장이 소중하게 간직했던 은촛대는 그가 숨을 거두는 순간 책상에서 밝게 불을 밝혀 주었다.


    <레 미제라블>은 인간의 의무에 관한 책이다. 장발장은 말한다.

“사람들은 얼마나 인생의 그릇된 목적인 행복을 소유하면서, 참다운 목적인 인간의 의무를 잊고 있는가?”


장발장은 자신과 비슷한 모습과 과거를 지닌 ‘샹티에’라는 자가 자신을 대신에서 감옥에 갈 위기에 처한 법정에서 ‘내가 장발장이다.’라고 외쳤다. 그때는 누구도 마들렌(장발장) 시장의 권위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지 않았으며 그는 행복한 삶을 살고 있었다.


코제트와 마리우스가 축복 속에 결혼식을 올리고 해피엔딩으로 소설이 끝날 때, 장발장은 마리우스에게 ‘나는 죄수다.’라고 고백한다. 끈질기게 그를 쫒던 자베르도 이미 자살하였고 자신만 입을 굳게 다물고 있으면 안락한 노후를 보낼 수 있는 장발장은 자신의 행복보다는 마음 깊은 곳의 양심, 진실, 인간의 의무를 말했다.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은 인간의 진보에 관한 책이다. 책 속의 화자는 말한다.

“독자가 지금 눈 아래에 펴놓고 있는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중략) 악에서 선으로, 불의에서 정의로, 거짓에서 진실로, 밤에서 낮으로, 욕망에서 양심으로, 부패에서 생명으로, 동물적인 것에서 의무로, 지옥에서 천국으로, 허무에서 신으로의 행진이다.”


비참한 감옥생활에 모든 청춘을 빼앗긴 장발장은 미리엘 주교를 만난 후 자신의 아이디어로 돈을 벌어 자선을 베풀고, 독서와 명상, 검소한 생활로 자신을 다듬었다. 장발장은 인간의 탐욕과 행복보다는 양심과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왔다. 어느덧 그의 삶은 미리엘 주교의 그것과 닮아 있었고 그는 성자(聖者)가 되어 죽음을 맞이한다.


    한 달 동안 들고 있었던 <레 미제라블>을 덮으면서 생각해본다. 나는 올 한 해 얼마나 악에서 선으로, 불의에서 정의로, 밤에서 낮으로 나아갈 것인가.


- 2014.2.20(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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