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知

2014 이상문학상 작품집

필85 2014. 4. 15. 08:16

 

문학사상은 요절한 천재작가 이상(李箱)이 남긴 문학적 업적을 기리기 위해 1년간 각종 문예지에 발표된 중.단편을 대상으로 매년 수상작을 선정하고 이를 작품집으로 펴내고 있다.

 

2014년 이상문학상 대상을 받은 편혜영의 <몬순>은 짧은 분량임에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작품이다. 두 시간 동안 단전((斷電)이 예고된 상황에서 태오는 아내 유진을 집에 남겨두고 근처 술집으로 향한다.

 

술집에서 태오는 유진이 근무하는 과학관의 관장을 우연히 만나 함께 맥주를 마시면서 대화를 나눈다. 갓난아이가 죽던 날 유진은 집을 잠시 비웠고 그녀가 이 술집에 들렀다. 관장도 그것을 알고 있었다. 태오는 관장과 이야기를 하면서 휴직중인 유진과 관장의 관계까지 의심하게 된다.

 

<몬순>에서 소설의 줄거리는 겉돌고 있다. 태오는 유진의 행동에 의문을 가지면서 확정적인 것은 어느 것도 제시하지 못한다.

바람은 부는 방향이 바뀐 후에야 정확한 풍향을 알 수 있다.”

기후학자인 유진의 이 말이 소설의 핵심이다.

 

대상 수상작품 외에 기억을 읽어버린 자가 역시 기억을 잃어버린 가족을 만나는 이야기를 다룬 손흥규의 <기억을 읽어버린 도시>도 흥미로운 작품이다. 전염병처럼 시민들의 눈이 멀어지는 상황을 다룬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를 떠올리게 한다.

 

앞에서 언급한 소설 외에 작품집에는 사랑을 받지 못하는 자의 불면을 다룬 천명관의 <파충류의 밤>, 학교폭력 가해자의 아버지인 화자가 아들이 서게 될 법정을 찾아가는 김숨의 <앞에서>, 퀸의 멤버인 프레디 머큐리가 머무른 집에서 살게 된 향수회사 대표의 에피소드를 그린 윤고은의 <프레디의 사생아> 등 총 아홉 편의 단편소설이 실렸다.

 

매년 발간되는 이상문학상 작품집을 읽을 때마다 느끼지만 단편소설이 주는 재미가 쏠쏠하다. 단편은 여름 소나기 같은 맛이 있다. 순식간에 온 몸을 적시지만 말리려면 꽤 오랜 시간이 걸린. 짧은 분량에 완전한 이야기를 담아야 하는 부담으로 단편소설의 문장은 절제되어 있다는 것도 내가 단편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다.

 

편집인은 책의 말미에 이상문학상 제도를 설명하면서 중.단편 소설을 시상하는 이유를 밝히고 있다.

문학의 중심이 장편소설에서 점차 중.단편 소설로 이행하는 추세를 감안하고, 작품 구성과 표현에 있어서의 치밀성과 농축성으로 깊고 강렬한 소설미학의 향기와 감동을 자아내게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상문학상 작품집에 실리는 작품들은 창의적이고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있다. 삶이 시들할 때 이상문학상 작품집을 읽어 볼만하다.

 

-2014.4.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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