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면 철판위에 빨간 쭈꾸미
매운 음식이 먹고 싶다고 했다. 쭈꾸미가 좋겠다고 했다. 쌀처럼 생긴 알이 든 쭈꾸미는 시청 주변 횟집이나 당감동 쭈꾸미 집을 가야하는 데 서면 희야네 석쇠구이 쭈꾸미집 의 달큰 매운맛 생각이 더 간절해서 롯데호텔 뒤편으로 향했다.
희야네가 장사가 잘 된 덕분인지 골목 맞은 편에 희야네 갈비집도 들어섰다. 역시 손님이 꽉 들어찼다. 구석자리를 향해 가는 데 손님들끼리 바짝 바짝 붙어서 이야기하는 목소리에 귀가 멍해졌다. 바로 옆에 있는 사람에게도 목소리를 높여야하는 지경이었다. 권해주는 자리를 사양하고 다른 집을 찾기로 하였다.
오래 전 처음 갔을 때보다 원형 좌석을 더 많이 배치해서 움직이기도, 옆 사람과 말하기도 불편하게 되었다. 돈은 많이 벌어서 좋겠지만 돈만 많이 벌어서야...
마침 깔끔한 외모를 갖춘 쭈꾸미 식당을 찾았다. ‘철판위에 빨간 쭈꾸미’ 이 집은 야채와 각종 해물, 양념이 든 쭈꾸미를 철판위에서 익히는 쭈꾸미가 주 메뉴였지만 우리는 깔끔하게 쭈꾸미만 구운 석쇠 쭈꾸미를 주문했다. 점원은 주방에서 익혀 나오기 때문에 20분 정도 기다려야 하는데 괜찮겠느냐고 물어왔다. 양념 쭈꾸미를 권하는 점원의 방해공작에도 불구하고 석쇠 쭈꾸미를 주문했다.
옆에서 지글거리는 소리를 듣고 밑반찬만 젓가락질 해대는 20분은 고역이었지만 맛깔스럽게 정돈 되어 나온 쭈꾸미를 보니 기다린 보람이 있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한 마리를 세 번 정도 가위질한 쭈무미를 소스에 묻히고 밑에는 쌈무, 그 밑에는 깻잎을 싸서 입에 넣으니 쫄깃하면서 매운 맛, 달큼한 맛, 싱그러운 맛이 함께 배어나왔다.
가격도 착해서 1인분에 만 원, 소주 두 병과 계란 찜 하나 배불리 먹어도 2만9천원이었다. 우리가 들어선 이후 식당 좌석은 꽉 찼지만 소란하지 않았다.
근처 파리바게트에서 6천원 짜리 팥빙수 하나로 입가심했다.
- 2014.4.12.(토) 저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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