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스토너는 1910년, 열아홉의 나이로 미주리 대학에 입학했다. 8년뒤,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일 때 그는 박사학위를 받고 같은 대학의 강사가 되어 1956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강단에 섰다. 그는 조교수 이상 올라가지 못했으며, 그의 강의를 들은 학생들 중에도 그를 조금이라도 선명하게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쓸쓸함이 묻어나는 소설의 첫 문장이다.
'아무 희망이 없는 눈으로 식구들을 근근이 먹여 살리는', '노동으로 몸이 구부정해진' 아버지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스토너를 미주리대학 농과대학에 보냈다. 스토너는 농사를 짓는 새로운 방법을 배우던 중 셰익스피어의 소네트에 마음을 빼앗겨 문학으로 전공을 바꾼다. 이 책은 그 이후 윌리엄 스토너의 삶에 관한 이야기이다.
스토너는 첫눈에 반해버린 여인과 결혼했지만 평화로운 가정을 꾸리지 못했다. 하나뿐인 딸과도 제대로 소통하지 못했고 동료교수의 질시로 정교수에 오르지 못했다. 책을 펴내긴 했으나 후학들이 기억할 만한 학문적인 성과도 없었다. 사십대에 만난 연인과의 사랑은 짧게 끝내야만 했다. 말년에 암에 걸려 쓰디쓴 약을 삼키는 스토너는 자신에게 묻는다. '넌 무엇을 기대했나?'
저자인 존 윌리엄스는 인터뷰에서, 책을 읽은 사람이 '스토너의 삶을 슬프고 불행한 것'으로 보지만 '그의 삶은 아주 훌륭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독자와 반대되는 의견을 제시한 저자의 생각에 단서가 되는 대목이 있다.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할지 말지 고민하는 스토너에게 지도교수인 슬론은 이렇게 말한다.
"자네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사람이 되기로 선택했는지, 자신이 하는 일의 의미가 무엇인지 잊으면 안되네"(54쪽)
스토너에게는 자신이 사랑하는 일(학문)이 있었고 그 의미를 알고 있었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기만하면 인생에서 무언가(이루어 내는 것)를 기대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저자는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존 윌리엄스가 만들어낸 '스토너'라는 인물은 '삶은 어떤 기대에도 답해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깊이 각인시켜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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